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 Jul 15. 2024

여행 - 오늘 살아 숨 쉬니 여행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 하고 싶은 거 하며 삽시다!

얼마 전 친구의 친구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레 살이 빠져 주변에서 병원에 가길 종용받고서야 검진받고 위암 말기를 선고받았다. 본인의 병명을 알고 1년도 채 넘기지 못했다. 그녀는 한참 커야 할 귀여운 아이들을 남기 세상을 떠났다. 친정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엄마 친구 딸도 최근에 유방암으로 떠났다고 한다. 그 친구 역시 아이 셋을 남기고 갑작스레 갔다. 같은 아파트 아래층에는 손녀 둘을 키우시는 할머니가 계신데 사연인즉슨 며느리(아이들 엄마)가 회식을 다녀오다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가끔씩 만나는 그 집 아이들은 쑥쑥 커 이제는 아가씨 태가 난다. 엄마가 옆에 있었으면 많은 것을 이야기했을 나이겠구나. 싶어 안타깝다. 건강히 오래오래 살다 편안하게 눈감는 것이 모두의 희망이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오늘 내가 길을 가다 하늘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죽을 수도 있고 안전장치가 안된 맨홀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 사건사고는 언제나 어이없이 일어나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언제 죽을지 모르고 언제까지 건강한 몸일지 모른다


그뿐인가 매일 아침 반갑게 인사했던 앞집 아저씨는 정년퇴직 후 1년도 되지 않아 뇌출혈이 왔다. 한쪽 발을 바닥에 제대로 디디지도 못 한 채 인사조차 나눌 수 없는 건강상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집에 성인용 기저귀가 배달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인사를 나누던 이웃인데 이젠 말씀도 못 하시고 몸도 제대로 가누질 못 하신다. 그분은 아셨을까? 지금의 건강상태를 예견하셨을까?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여행도 다니고 여유롭게 취미생활하며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지낼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현관문을 열고 앞집 문을 볼 때마다 내 몸을 온전히 건사하며 살 수 있는 것도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구나 싶다. 인생의 끝을 내가 선택할 수 없고 건강도 자신할 수 없는 것이 삶이다. 100세 시대라지만 그때까지 살아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목숨이 붙어 있다 해도 제 몸으로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니 건강히 눈 뜬 오늘 하루, 두 발로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며 '아! 맛있다' 외치고 아름다운 세상 실컷 구경하며 '와! 멋지다' 외치리라. 이게 내 하루살이 생활신조다.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자! 그게 난 여행이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뒤로 미루지 말고 그 상황과 여건에 맞게 할 수 있는 만큼 누리려고 한다. 우리에겐 충분한 시간도 없고 금전적인 여유도 없다. 늘 시간은 부족했고 충분한 돈도 언제나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만족할만한 시간과 돈은 주관적이기에 평생 안 올 수도 있고 오더라도 늙고 병들어 별다른 감흥이 없을 때 올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장 하자. 내가 하고 싶은 건 늘 ‘여행’이었다. 언제나 어딘가로 가길 갈망했고 떠나면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 일상으로 돌아왔다. 가고 싶은 대학을 못 갔을 때는 월미도가 나를 위로했고 대학 땐 친구들과 함께한 경주와 홍콩여행이 내 젊음을 더 푸르게 했다. 첫 직장에서 사내 밥그릇 싸움과 인간에 대한 환멸로 지쳐있을 땐 호주살이를 통해 털어내고 새로운 사람들로 채웠다. 결혼 후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며 남편과 했던 이탈리아와 파리, 팔라우 여행은 우리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고 한 번에 두 아이가 찾아와 멘붕이었을 때는 후쿠오카가 나의 오아시스였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떠남은 늘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고 새로운 나로 일으켜 주었다.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여행 갈 틈을 찾았고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갈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해외가 안되면 국내로, 먼 거리가 안되면 가까운 거리로 가능한 만큼 보폭을 넓혔다 좁혔다 내가 하고 싶은 여행을 누리며 살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늘도 난 ‘여행 가고 싶다’를 말하기 위해 죽음과 건강을 서두에 길게 써내려 갔는지 모르겠다. 숨 쉬고 있는 지금, 점점 나이 듦을 몸으로 체감하는 지금. 가장 젊은 날 나는 또 떠나고 싶다.


#여행 #떠남 #건강 #죽음 #일상 #행복

이전 06화 커피 - 특별한 커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