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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Jul 08. 2024

커피 - 특별한 커피

설렘과 기대감으로 맞이하는 손님

회사가 파주 출판단지에 있어 식후 커피는 늘 그곳 어딘가에 있는 커피였다. 매일 아침 카푸치노를 즐긴다면 점심은 색다른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이다.


#카페 뮤지엄 : 출판사 혜지원에서 운영하는 카페. 카페 자체가 오래된 골동품 가게다. 엔틱한 테이블과 의자부터 설탕 스푼까지 은수저다. 반짝반짝 빛나는 노래하는 관람차부터 시드니 하버를 배경으로한 재즈 무대까지. 곳곳에는 진귀한 소품들이 가득하다. 방문할 때마다 이것저것 둘러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다양한 소품들로 눈이 즐거웠다면 이색 커피로 입도 즐겁다.  몽블랑의 만년설이 이렇게 달콤할까 싶은 커피푸딩젤리와 특제 우유가 들어간 ‘몽블랑’, 다 아는 스카치 사탕의 그 맛! 노곤한 오후 시간을 단박에 깨워줄 극강의 단맛 ‘버터스카치슈패너’, 상큼한 오렌지를 맛볼 수 있는 그 이름도 통통 튀는 ‘오렌지봉봉라떼’ 이름만 들어도 어떤 맛일까?! 하고 궁금해지는 커피들. 파주 롯데아울렛 근처에 위치해 있으니 쇼핑하다 지치면 시원하게 한잔 마시기 딱 좋다. 엔틱한 인테리어로 시간여행은 덤이다. 


https://maps.app.goo.gl/Z5Edyikk4EBRd6sTA


#북카페 NOON의 앙커피와 인절미 크림라테 : 효형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카페. 이곳 시그니쳐는 단팥라페와 앙커피. 둘 다 팥앙금을 넣어 녹진한 팥 단맛이 난다. 특히 앙커피는 컵 아래 팥앙금을 그대로 넣고 그 위에 우유와 에스프레소를 얹어주는데 어쩌다 굵은 빨대로 올라오는 팥 알갱이를 앞니로 잘게 잘게 씹어먹는 재미난 맛이다. 파주의 한여름은 나무 그늘 없이 때앝볕을 걸어야 하는데 삐질삐질 땀 흘리고 시원한 카페 에어컨 바람을 쐬며 한입 쭉 빨면 순간 초록색 신호등이 켜진다. 어디든 나아갈 수 있는 불끈불끈 힘을 선사해 준다. 잘 풀리지 않는 회사일로 머리가 지근거렸을 땐 식후 먹던 앙라떼는 언제나 내게 그린라이트였다. 인절미 크림라떼 역시 별미! 뚜껑 열고 먹다 인절미 가루가 입안으로 훅 들어오면 켁켁 거릴 수 있으니 첫 입은 숨을 참고 마셔본다. 흠 역시나 이름 그대로 부드러운 크림이 입안 가득이다. 콩가루의 단맛과 크림의 단맛이 한대 어우러져 꽤 오랫동안 입안에 남는다. 간혹 일을 하다 보면 인절미 커피를 눈앞에 두고도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까먹고 나중에 발견하곤 한다. 얼음 녹은 커피만큼 세상 맛없는 것이 없는데 인절미 크림라떼는 “응?” 하다 “응!” 이 된다. 맛없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란다. 지금도 내 앞에는 다 녹아버린 인절미크림라떼가 있다. 늦게 마셔버린 커피로 초저녁까지 가슴이 콩닥거린다. 조금 있을 저녁 수영시간에 쉼 없이 몇 바퀴 돌아도 힘이 남아돌 것 같다. 오늘 밤잠은 다 잤다. 그래도 맛있는 커피로 행복한 늦은 오후를 보낸다.


https://maps.app.goo.gl/sottvSNciKKRRezC9




단조로운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여행길 위에서 만나는 특별한 커피들. 출판단지 이색커피가 매일 먹는 밥에 특별한 반찬을 얻는 거라면 여행하며 마주하는 커피는 밥이 아닌 양식이다. 어쩌다 별미로 먹게 되니 설레고 새롭다.


#방콕 만다린 오리엔탈 조식 카푸치노 : 내 생애 최고의 호텔. 신사, 숙녀 여러분이 신사, 숙녀 여러분을 극진히 대하는 호텔. 층별로 버틀러 서비스가 있고 언제나 턴다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멋진 곳. 워낙 정평이 나있는 고급 호텔이라 큰 기대감을 가졌던 곳이고 머무는 동안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던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침조식으로 카푸치노를 먹는 순간이다. 집 밖에서도 아침 습관은 같다. 하루의 시작은 따뜻한 카푸치노. 야외 오픈 레스토랑으로 내려가면 짜오프라야강이 내다보이는 테라스석으로 안내해 준다. 살짝 의자를 빼주며 ‘어떤 음료로 준비해 드릴까요?’ 묻곤 이내 내가 주문한 카푸치노를 가져다준다. 잔거품이 몽실몽실 올라간 카푸치노는 다른 곳과 비교해 특별할 것이 없지만 그와 함께 나온 시나몬 스틱이 예술이다. 티스푼만 한 시나몬 스틱에 크고 작은 브라운 슈가 알갱이가 알알이 박혀있는데 시나몬 스틱으로 시나몬 향기와 설탕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누군가는 스틱을 잔 안에 그냥 두기도 하지만 나는 2~3 바퀴 천천히 저어 내게 맞는 농도를 찾는다. 대개 시나몬 파우더와 가루 설탕으로 향과 단맛을 입히는데 이곳에서는 시나몬 스틱과 천천히 용해되는 알갱이로 조절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천천히 녹아내리는 브라운 슈가처럼 느긋하게 짜오프라야강을 보며 아침 식사를 하고 은은한 시나몬 향을 만끽하며 평온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https://maps.app.goo.gl/KRBU1sxy1WBj9x8dA


#삿포로의 찐득한 우유 카페라떼 : 겨울이 긴 삿포로. 상상할 수조차 없이 내리는 엄청난 눈. 그 눈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니 나는 그들을 빗겨 3월 중순에 찾아갔다. 눈이 쌓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깔끔히 치워지지도 않은 그런 어줍지 않게 추운 날. 삿포로의 지하세계를 발견했다. 긴 겨울, 긴 추위를 피하기 위해 삿포로역에서 오도리까지 쭉 뻗은 지하 거리가 있는데 그 길을 따라 지상으로 높이 뻗은 건물들이 연결되어 있어 추위를 피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그 길을 걷다 우연히 먹게 된 아이스크림. 오픈형 카페인데 테이블도 몇 개 안 되고 계단식 의자에 앉아 먹는 아주 작은 공간이다. 삿포로의 유제품이 유난히 고소하고 맛있어 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어본다. 역시나 입안에서 달콤함이 사르르 잘도 넘어간다. 분명 라떼도 맛있을 것 같다. 그렇지! 크리미한 에스프레소 위에 고소한 우유가 하트를 그리며 내게 온다. 역시 라떼는 사랑이다. 예쁘게 그려진 하트가 망가질까 조심스레 홀짝여본다. 추운 날 삿포로에 간다면 지하세계로 들어가 따뜻한 라떼 한잔 하며 삿포로의 도심 일상을 드려다 보는 것도 한 즐거움이다.


https://maps.app.goo.gl/gC8YtCNspnyQ1f37A


#호치민 레몬에스프레소 : 커피 마시러 간 베트남 호치민. 그런데 여러 곳을 가지 못하고 한 곳에 머물게 되었다. 커피투어에서 만난 3번째 집. 구글 리뷰는 많지 않지만 방문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꽤 높다. 호치민 오페라하우스와 쭉 뻗은 광장을 둘러싸고 많은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 가운데 큰 대로에서 벗어나 잔가지처럼 뻗은 사잇길. 그 안에서도 지상땅굴 마냥 여러 갈래길이 있고 곳곳에 문이 있어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참을 서성였다. 1층 오토바이 주차장에서 나를 지켜보던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길을 안내해 준다. 좁은 계단을 올라 목적지에 드디어 도착했다. 참 특이한 공간이다. 한 공간 안에 구획을 나누어 출입구 쪽에는 내가 찾던 카페, 안쪽으로는 시가바와 바버샵이 함께 있다. 곳곳에 놓인 소파는 카페, 시가바, 바버샵 어디를 왔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맨 끝 창가 바에 앉았다. 이제부터 이곳은 내 아지트다. 내가 읽고 싶은 책, 쓰고 싶은 글, 음미하고 싶은 커피를 남몰래 비밀스럽게 즐긴다. 이곳 시그니쳐 메뉴. 레모네이드와 에스프레소가 함께 있는 커피. 베트남 하면 연유커피와 에그커피가 유명하지만 자신 있게 선보이는 메뉴는 놓칠 수 없다. 노란 레몬과 커피가 절묘하게 유리컵을 절반씩 차지한다. 섞지 않고 빨대로 먼저 레몬을 맛보고 그 위 커피를 느껴본다. 후덥지근하고 끈적이는 우기인 호치민의 날씨를 맑게 개키는 상큼함이다. 3일 내내 이곳에 와서 상큼함을 맛봐야 호치민의 하루가 시작됐다. 연일 얼굴도장을 찍으니 바리스타 Khoa가 본인만의 레시피로 만든 에그커피라며 실험적인 커피를 선사한다. 날달걀의 비린 맛이 있을까 애써 시도하지 않았는데 이것 역시 좋다. 다시 가도 이곳을 전초기지 삼아 커피 리스트를 확장해 보고 싶다. 


https://maps.app.goo.gl/Cb7B4UEP3QAcD22R7


내게 커피는 일상의 시작이요 부스터 역할을 한다. 형태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커피를 대하는 내 마음과 자세는 비슷하다. 평온한 일상을 위한 기도이며 명상이다. 그리고 때론 말라비틀어진 일상에 내리는 단비이며 빨대 꽂아 단박에 소생하게 하는 비타민 링거이자 수혈이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커피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맞이하는 손님이다. 잠시 내게 머물다가 긴 여운을 남기고 떠나간다. 커피 한잔을 하며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이 나와 같은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익숙한 눈으로 바라보며 일상의 나를 회상해 본다. 지극히 평범하고 단조로워 잊고 살았던 감정들이 새롭게 돋아난다. 별일 없이 매일 똑같이 커피와 함께 시작하는 나의 하루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커피 #라떼 #출판단지 #북카페 #방콕 #삿포로 #호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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