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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28. 2024

[다케오] 다시 찾은 런치 코스

다케오온센역을 베이스캠프 삼아 떠난 여행

하카타에 머문다면 당일치기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다케오. 츠타야와 협업한 다케오 도서관과 3천 년 된 녹나무를 보고 마지막으로 로몬에서 온천욕을 하고 오면 딱 맞는 하루 일정이다. 후쿠오카에 간다면 추천해 주고 싶은 당일치기 근교 여행코스다. 도시의 화려함은 없지만 소소한 시골동네에서 천천히 걷는, 때론 렌트한 자전거를 타고 기웃거리는 여행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전에 만난 다케오가 좋아 이번에는 3일 연박을 하며 아리타, 나가사키, 우레시노, 사가 등을 둘러볼 참이다. 호화롭게도 벚꽃 시즌에 맞춘 <후쿠오카 소도시 벚꽃놀이> 일정도 작년 후쿠오카 벚꽃 축제 기간에 맞추어 비행기 표도 끊고 여행 갈 날만을 학수고대했건만! 아쉽게도 추웠던 올봄, 꽃들이 열흘 가까이 늦게 피는 바람에 화려한 벚꽃을 마주하진 못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소소한 즐거움이 많았던 여행이었다.



다케오에서의 아침 카푸치노


다케오에서 여러 날을 머무니 안 해 본 것들을 해본다. 늘 아침에는 카푸치노로 하루를 깨우는데 이곳에서도 그 루틴을 이어간다. 다케오역 카페. 눈 뜨자마자 책 한 권 들고 찾아간다. 이른 아침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낯선 곳에서의 소중한 나의 아침. 한국에서 함께 여행 온 책과 오전 시간을 보낸다. 읽다 쓰다 ‘생각한다’라고 쓰고 ‘멍 때린다’라 하겠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읽으며 내 생각을 글로 적다 흰 종이 위에 놓인, 부끄러운 나의 글에 멍 해진다. 그래도 써야지. 써야 내가 사는 것 같다. 회사를 졸업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니 조급해 하지 말자. 뭔가를 이루려고, 마무리 지으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니 나를 놓아주자. 글쓰기는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쳐내던 회사 일이 아니니 서두르지 말자.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보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카푸치노 한잔을 모두 비우고 일어선다.


이른 아침 따뜻한 카푸치노 (左) / 해 질 녘 어스름한 다케오온센역 (右)




잠시 스쳐 지나간 다케오 시청


점심 예약이 되어있다. 지난번에 지나는 길에 들렀다 만석이라 가지 못 했던 와인 식당 cobacini. 대개 예약 없이 그때그때 동선에 따라 인근 맛집을 찾는데 이번에는 부러 예약을 했다. 생각보다 가까워 일찍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다 들어간 다케오 시청. 나이 지긋한 민원인들 사이를 어정쩡하게 서성인다. 우리네 동사무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그건 민원실 바로 옆에 있는 깔끔한 카페테리아.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간단하게 식사도 할 수 있다. 독거인 또는 나이 많으신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걸까?! 한상 잘 차려진 음식들이 소담스럽게 담긴 도시락. 원하는 메인 메뉴를 골라잡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이곳에 살면 매일 올 것 같다. 다음 다케오 일정이 그려진다. 날 좋을 때 이곳을 다시 찾아 도시락 사들고 소풍 가기! 이렇게 행복 부스러기가 하나 더 추가된다!


높은 천장과 시원하게 개방된 카페테리아가 참 맘에 든다 (左) / 한 쪽에선 동네주민들이 삼삼오오 오며 담소를 나눈다 (右)


우리 동네에 있었으면 매일 출근도장 찍을 듯! 일품요리 도시락. 가격은 대부분 690엔. 부럽다!




다시 다케오에 가고 싶은 이유, cobacini.

런치 오픈 시간에 맞추어 입장한 레스토랑. 아주 작은 공간이다. 대여섯 명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과 4명 테이블 하나, 6인 테이블 하나다. 입장하자마자 외투를 받아 들고 내 자리를 안내해 준다. 예약한 런치코스는 내점 한 모든 고객들에게 한 번에 일제히 서빙된다. 따뜻한 식전 빵이 제공되고 이어 나온 식전 애피타이저. 녹색 잎채소, 스페니쉬 오믈렛, 당근 라페, 마리네이드 된 양배추, 얇게 저민 돼지고기 편육, 사가 햄, 새콤달콤 토마토 야채 스튜 카포나타, 반숙 달걀까지. 작은 접시에 섬세하게 담아내어 온 정성이 일품이다. 그리고 제각각 다채로운 색과 맛, 식감으로 감탄하게 된다. 다음 요리가 기대된다. 애피타이저가 이렇게 맛있는데 파스타는 얼마나 맛있을까?! 눈꽃이 새하얗게 내린 샛노란 생면으로 만든 볼로네제 파스타. 진한 고기 맛이 느껴지면서도 중간중간 뽀독뽀독 가지가 씹히니 입안이 즐겁다. 작은 야채정원에 살포시 얹힌 돼지고기 스테이크. ‘왜 달큼한 거지?! 질기지도 않네! 소스에 비밀이 있는 걸까?!’ 나혼자 ‘고독한 미식가’다.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레 대접받으니 감탄과 궁금증으로 독백이 많아진다. 메인 이후 이어지는 2종류의 디저트. 향긋한 오렌지 파운드 케이크와 에스프레소, 라즈베리 아이스크림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맛과 멋이 듬뿍 담긴 런치코스다. 


문을 열고 들어오니 오밀조밀 작은 공간 (左) / 쉐프의 정성이 가득한 에피타이져 (右)
다채로운 멋과 맛, 식감을 선사한 에피타이져 (左) / 샛노란 생면 볼로네제 파스타 (右)


작은 정원에 얹혀진 포크 스테이스 (左) / 미니미 조각 파운드 케익과 에스프레소 (右)
자전거 음주 운전은 안 되니 포도주스! 찐하니 입맛을 돋운다.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걸 다 포함해 단돈 2,750엔!(포도주스 제외) 이런 훌륭한 음식을 대중적인 가격으로 내어오는 셰프 부부에게 두 손 꼭 잡고 고맙다 인사하고 싶다. 이번 여행에서 벚꽃은 놓쳤어도 맛집 하난 제대로 건져간다 고맙다. cobacini.



모닝 커피 다케오역 카페

https://maps.app.goo.gl/CX6HXCjFL3AYyGHw5


깔끔하고 맛깔난 도시락이 눈에 띈 다케오시청 카페테리아 

https://maps.app.goo.gl/9MhoEr7veVkDMBMLA


훌륭한 맛과 멋의 이탈리아 런치 코스, cobacini

https://maps.app.goo.gl/jteUqb3a3iQpWke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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