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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Oct 26. 2024

[우레시노] 온천 시바 산소

자연 그대로의 숲 속 온천장

물 좋아 우레시~ 한다는 우레시노에 왔으니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반드시 온천을 해야 한다. 비싼 료칸을 이용할 수 없으니 당일온천 이용! 녹음이 우거진 숲 속 노천탕으로 유명한 시바 산소 온천으로 정했다. 

 


첩첩산중 고불고불 온천장 가는 길 


둘레길 걷듯 거닐며 가려했으나 보슬비가 내려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을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다. 첩첩산중에 있는 시바 산소 온천은 외지고 제법 경사가 져 있어 편안한 걷기는 절대 할 수 없어 보였다. 굽이굽이 걸어왔으면 기함할 듯싶다. 가는 길은 편도 10분 내외 1,200엔 남짓이지만 이왕 지사 택시 타고 가는 길에 이곳 명소인 토도로키 폭포를 경유하기로 했다. 보슬비를 맞으며 강 위로 나풀거리는 물고리 떼를 구경 삼아 폭포 앞에서 사진 한 장을 찍고 바로 온천장으로 향했다. 


비 오는 날 시바 온천장 가는 길 (左) / shiota 강 위로 나부끼는 물고기떼 (中) /  산책하기 좋은 토도로키 공원 (右)



비 내리는 노천탕


입장료는 1,100엔. 목욕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구비되어 있다. 심지어 발각질제거 돌까지. 대개 당일온천에는 수건이 포함되어있지 않은데 이곳은 입장비를 좀 더 받고 수건을 2개나 줘 목욕 준비물 없이 몸만 가면 된다. 먼저 깨끗이 몸을 씻고 노천탕으로 연결된 문을 여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경. 이. 롭. 다. 다녀본 곳 중 가장 자연에 가깝고 물 또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정말 우레시~ 할만하다. 이색탕은 없으나 노천탕 하나로 모든 걸 말해 준다. 탕 경계는 매끈한 돌로 되어있고 한쪽에 나무로 된 정자가 있어 볕 좋은 날엔 그늘이 되고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안식처가 된다. 물론 나는 소낙비가 와도 처마를 벗어나 그 비를 그대로 맞지만 말이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인지 베트남 모자 ‘농’ 같은 것이 있다. 오늘 같은 보슬비에는 딱히 필요하진 않지만 그래도 한번 써본다. 역시나 큰 비가 아니고서는 눈만 뜰 수 있으면 없는 편이 낫다. 하늘에서 내려온 물방울이 온천물을 만나 튀어 올랐다 이내 떨어진다. 그 모양새를 보고 있으면 물멍이 따로 없다. 잔잔한 물이 평온함을 준다면 튀어 오르다 다시금 작은 물방울이 되어 수면 위를 데구루루 굴러 떨어지는 빗방울은 생동감을 선사한다. 한 개, 두 개, 동시다발적으로 보고 있노라면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오케스트라 협주 같다. 온천물에 담긴 보드라운 몸, 자연풍광을 담은 눈, 보슬비의 협주로 채워지는 귀. 온몸으로 시바 산소의 노천탕을 감상하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온천장 자체가 커서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가야 대욕장이 나오는 시바 산소 온천
사진으로 남길 수 없어 아쉬웠던 시바 산소 노천탕 (출처 : 시바 온천 공홈)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시바 온천


따뜻한 온천물에 담그고 있던 몸을 잠시 바위에 걸쳐 놓는다. 고개를 살짝 기웃하면 노천탕 옆으로 흰 포말을 만들며 흘러가는 계곡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시선을 살짝 위로 올리면 초록나뭇가지들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드문드문 핀 빨간 동백꽃과 노란 유채꽃이 풍광의 포인트다. 산속의 고요함과 정막감은 재잘 되는 새소리와 힘차게 내려가는 계곡물소리, 토닥토닥 떨어지는 빗방물 소리로 채워진다. 도심에서 바삐 돌아가던 내 눈과 소음으로 꽉꽉 찼던 내 귀가 정화된다. 풍류화 같은 노천탕을 뒤로하고 실내탕을 살핀다. 계곡 물줄기에서 뻗어 나온 작은 물줄기가 졸졸졸 흐르는 풀숲에 실내탕이 살포시 얹힌 형국이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동백나무와 떨어진 꽃님들, 짙은 녹음 사이로 흐르는 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큰 액자 속에 담긴 움직이는 그림 같다. 보통은 온천장 주변을 인위적으로 가꾼 곳들이 많은 데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노천탕에서 볼 수 있는 계곡물 (출처 : 시바 온천 공홈)




슴슴한 행복, 여행의 맛


여행을 하다 보면 행복한 순간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언제나 그랬듯 내게 그 순간은 자연을 온전히 마주할 때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때 평온함을 느끼고 그 마음은 곧 행복감으로 물든다. 이젠 스카이 다이빙 같은 강렬하고 짜릿한 맛보다 자연을 벗 삼은 슴슴한 순간들이 좋다. 애호박과 두부를 송송송 넣은 된장국 같은 맛. 밍밍한 맛에 먹고 또 먹어도 자꾸 생각나는 된장국 같은 여행의 순간이 좋다. 놀이라고 하기엔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서너 시간을 보내도 심심하지 않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자연 속에 맨 몸을 드리며 숲 속 신선한 공기를 긴 호흡으로 맞이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아쉽지만 행복놀이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다시 시내로 내려가야 한다. 시간을 잘 맞추면 시내에 위치한 료칸까지 가는 셔틀을 탈 수 있어 한결 편하게 다녀올 수 있으니 주저 말고 다녀오길 권한다.



첩첩산중 꼭꼭 숨은 시바 온천

https://maps.app.goo.gl/fBePDr1Qnfyof4xP9


시바 온천 가는 길에 잠시 들른 토도로키 폭포

https://maps.app.goo.gl/UgDnm8daxndTaS3Q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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