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숨 고르기 하는 작은 시골 온천 마을
‘일본 3대 미인 온천’으로 선정된 우레시노 온천. 일본 신공 황후가 온천물에 치유되는 병사들을 보고 "우레시~(기쁘구나~)" 크게 외쳐 그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하카타역에서 특급열차로 1시간 남짓 내달려 다케오 온천역에서 신간센으로 환승해 앉아다 일어서면(6분 남짓) 도착하는 우레시노 온천역이다. 난생처음 신칸센도 타보고 온천욕도 할 수 있으니 JR규슈 패스가 있다면 당일여행으로 가 볼만 한 곳이다. 2022년 9월에 개통한 신칸센 우레시노온천역에서 시볼트탕을 비롯한 온천 료칸들이 모여있는 마을까지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 봄비가 내리는 4월 초에 방문해 꽃구경 삼아 걷기로 했다.
온천마을에 있지 않는 우레시노 온천역
덩그러니 놓여있는 신칸센역을 뒤로하고 동네어귀를 홀로 걷는다. 우레시노 관광명소라는 ‘시볼트탕’을 구글맵으로 찍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다. 평일 낮 시간대 시골동네는 한산하다. 드문드문 꽃망울을 터트린 나무들도 보이고 들꽃도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꽃구경하며 20여분 걷다 보니 온천장들이 모여있는 온천중심가로 들어선다. 시볼트탕은 에도시대 독일의사 프란츠 시볼트가 우레시노 온천수를 연구하며 그를 기려 이름 지어진 공중목욕탕이다.
번영의 뒤안길인가, 온천의 재발견인가
내가 알지 못하는 도시, 물 좋다 해 잠시 잠깐 들렀다 가는 도시, 이곳이 지나온 시간은 잘 모르지만 눈앞에 보이는 인적 드문 거리, 낡아 떨어진 간판, 연천 시골에서도 보지 못할 낡은 신발가게와 그 앞에 놓인 고무신들. 잘 닦인 도로에서 한 켠만 벗어나면 군데군데 보이는 빈집들이 이 도시의 노쇠함을 보여준다. 창가에 언제 놓였는지도 모를 화분이 말라비틀어져 먼지를 담고 있고 언제 번성했는지도 모를 2층 식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오가는 사람을 잃었지만 여전히 푸른 잎을 달고 있는 화분으로 가지런히 막혀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나이 든 도시지만 이곳에도 서점은 있다. 비록 녹이 쓴 철제 집기지만 최근 발행된 잡지가 한편에 크게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관광지라 여겨지는 공간은 사람의 손길이 살들이 닿는 모양이다. 시볼트탕과 그 인근에 있는 족욕탕은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고 물이 매끈거린다 해서 모셔지는 메기 신사 역시 바래진 색 하나 없이 곱게 알록달록 색을 머금고 있는 벽화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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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코 우레시한 물!
우레시노는 숨을 천천히 고르는 노쇠한 시골 온천 마을이지만 그 안에서 최선을 대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후쿠오카 소도시 여행지로 간간히 소개되는 곳, 작을 '소'를 붙이긴 했지만 도시라고 하기엔 그저 그런 시골 동네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곳에 모이는 건 단연코 우레시한 온천물 때문이리라. 메기 신사에 놓인 매끈매끈한 흰 메기상처럼 이곳 물에 몸을 담그면 피부가 반질반질하다. 물이 좋아 봤자 물이지 하겠지만 '좋은 물은 따로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들 만큼 기 깔라게 온천물이 참 좋다. 다케오 온천물도 바디로션을 바르지 않을 만큼 보습력이 좋지만 이곳 물은 몸을 담그는 순간부터 물이 맨들 거리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온천물을 담고 있는 노천탕 돌들 역시 사포질을 한 것 마냥 매끈거린다.
이렇게나 좋은 물은 좋은 풍광과 함께 즐겨야 제 맛이다. 향이 좋은 커피를 예쁜 찻잔에 마시는 것처럼 말이다. 시볼트탕을 중심으로 즐비한 시내 온천장을 뒤로하고 산속에 놓인 노천탕을 찾아 나섰다. (계속)
우레시노 대표 관광명소, 시볼트탕
https://maps.app.goo.gl/a8bKPosWCWDzNcvw5
시볼트탕 옆 족욕탕
https://maps.app.goo.gl/WUXmLQvStPfCcLbr7
메기처럼 물이 맨들맨들한 우레시노 온천물
https://maps.app.goo.gl/UbBHdc3doTTytQjn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