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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Feb 08. 2024

아이스커피 인 유럽

유럽에서 아이스커피에 관한 소소하지만 재밌는 추억들



여름에 뭐니 뭐니 해도 아이스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라테 등등.. 무더워지면 필수 템인 커피 메뉴들이다. 특히, 세계에서 커피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이스커피는 단연코 인기 메뉴이다. 나 역시도 회사 다닐 때에 커피는 아침에 한 잔, 점심 식후 한 잔, 3시쯤에 한잔 정도는 해줘야 하루를 에너지 있게 잘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갑작스럽게 유럽의 여러 국가들을 돌아다니며, 생활하게 되고, 여행하게 되면서, 유럽식 커피를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독일 베를린에 살 때는 집 1층에 동네 맛집 카페가 있어서 브런치는 늘 그곳에 해결하곤 했다. 



하지만, 여름의 유럽에서 아이스커피를 먹는 것이 하나의 도전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일단, '아이스커피'라는 개념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커피는 비엔나커피와 같이 크림이 올라는 것 혹은 블렌디드 음료, 즉 프라푸치노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따뜻하고, 소량으로 먹어야 한다. 하지만 블렌디드 음료 역시도 스타벅스와 같은 글로벌 체인 커피 전문점에만 존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유럽에서는 상대적으로 글로벌 커피 전문점보다 로컬 카페들이 많고, 고유한 특색을 갖는 카페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아이스커피를 찾기가 어렵다. 예전에 '아메리카노'에 대한 유럽인들의 생각을 물어봤다는 글을 봤는데, 한국에 사는 이탈리아 사람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했다.




라면을 맛있게 끓였는데, 거기에다가 누가 물을 한 바가지 부으면
어떨 것 같냐고...




읽기만 해도 상상하기 싫은데, 유럽인의 아메리카노에 대한 생각이 이런 느낌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니 재밌으면서도 신기하다. 커피에다가 따뜻한 물을 한 바가지 부어서 먹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차가운 물과 얼음을 왕창 넣어서 마시는 아이스커피라...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유럽에 살았을 때의 나는 '미국식 커피문화'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고, 당연히 여름에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니까 자신 있게 아아를 주문했다. 주문했을 당시 사장님은 "아이스커피?"라고 되물어봤지만, 이윽고 가능하다며 쿨하게 커피 샷을 뽑으러 가셨다. 



친절한 사장님은 "네가 단골이니까 특별 메뉴 해준 거야"라고 슬쩍 말씀하시면서, 커피를 직접 갖다주셨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커피를 마시려고 보니 난생처음 본 아이스커피가 있었다. 유럽식의 따듯한 아메리카노에다가 옆에 얼음 세 조각 정도가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설마 커피에다가 얼음을 넣어 먹으라는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반신반의하며 사장님께 얼음을 넣어서 마시면 되냐고 물어봤다. 사장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얼음을 넣고 마시면 되고, 얼음은 많이 있으니 모자라면 언제든 이야기하라고 하셨다. 



사장님의 과도한 친절에 고맙다고 인사하였으나, 처음 본 낯선 아아를 앞에 두고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사장님의 성의를 봐서도 마시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얼음을 몇 조각 넣어서 마셔봤으나 그냥 미지근한 커피였다.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도 더운 유럽의 여름날이었지만, 할 수 없이 미지근하면서도 밍밍한 커피를 마셔야 했던 것이 유럽에서 처음 겪은 아이스커피에 대한 추억이다.



지금은 집에서도 커피 머신이 있어서 아이스커피를 자주 만들어서 마시고, 집 밖 몇 발치만 나가도 아아를 사 먹을 수 있는 카페들이 많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실 때, 문득 유럽에서의 미지근하고 밍밍한 아이스커피를 마셨던 추억을 곱씹으면서, 혼자 속으로 웃음 짓기도 한다.



조그마한 잔에 소량만 기본으로 주는 것이 유럽식 커피의 정석이다. 여기에다가 얼음을 넣어서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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