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사람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사주, MBTI, 퍼스널 컬러 혹은 한 물 지나간 유행이지만 혈액형까지 관심이 많다.
일종의 개인 성향에 관한 빅데이터 같기도 하고, 나의 성향 혹은 주변의 가까운 친구, 지인들의
성향을 살펴보며 연관성을 지어보기도 한다.
요즘의 시대 흐름이 '나' 자신이 중요해지면서, '나'라는 사람의 성향, 취향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성격, 취향, 직업, 스타일을 추구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현상은 개개인을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면서, 그들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사회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사주, MBTI, 퍼스널 컬러가 하나의 사회적 밈(Meme)이 되면서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이러한 요소들로 그 사람의 성향을 규정지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처음 보는 사람, 사물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강력한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채용공고에도 특정 MBTI는 지원하지 말아 달라는 문구가 있었다는데, 사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기사라서 매우 놀랍기도 하다.
예를 들자면, 내 MBTI는 ENTJ이고, 사주는 병인 일주이며, B형 여자이다. 웹상에서의 나의 이미지를 대략적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ENTJ: 리더, 장군, 통솔력 갑, 이 구역의 미친 X는 나야
병인 일주: 총명, 순수, 공부 잘함, 남한테 퍼주는 스타일, 허세왕
B형: 성격 파탄자
리더십이 강하고, 장군과 같은 독립적인 기질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허세 많고 성격 더러운 독불장군 같은 이미지도 있다. 이처럼 우리가 규정짓는 개인에 대한 빅데이터들도 '기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으로 규정지어질 수 있다.
대부분 나를 나타내는 MBTI와 사주 상징은 사자 아니면 호랑이다, 관운이 없어서 결혼을 늦게 하는 게 좋다는데 벌써 결혼 12년 차다 ⓒ 유튜브 MBTI 일상툰, 잘사주TV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데이터들이 아예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리더의 기질도 있는 편인 것 같고, 내 일을 중시하며, 주관이 확고하고 독립적인 성향도 있다.
성질도 그리 좋은 것만 같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 이러한 면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독립적이고 리더의 성향을 가져야 할 때도 있고 때론 조력자로서 협조하고 힘을 보태야 하는 상황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개인에 관한 빅데이터라고 한들 말 그대로 빅데이터일 뿐이지, 그것을 가지고 개인의 성향을 판단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옛말에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한 길 속은 모르고', '사람은 사계절을 지나 봐야 안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처럼 한 개인의 성향을 N 가지로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작년에 동생과 함께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으러 갔다.
옷에 그리 관심이 많지는 않지만,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니 나만의 스타일을 알고 제대로 스타일링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여러 가지 드레이프를 대보고, 체형 분석 등을 하면서 어울리는 메이크업, 옷 스타일, 헤어, 액세서리 등의 조언을 받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옷을 사러 가도, 화장품을 사러 가도,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해도
모든 기준은 퍼스널 컬러에서 추천해 준 조언이었다.
예를 들면, 마음에 드는 색상이 있어도, "난 겨울쿨비비드니 이런 웜한 색을 안 어울려"라고 하며
애초에 배제를 해버리고, 무조건 '퍼스널 컬러에서 추천해 준 색'만 찾아다니는 기현상(?)을 겪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퍼스널 컬러인 겨울쿨비비드는 한국에 가장 없는 색으로서 아이돌이나 모델들만 입을 것 같은 소위 쨍하고 화려한 색상들이다. 우리나라 브랜드보다는 해외 SPA 브랜드에 대게 이러한 색들의 옷이 많다.
위의 천이 내 베스트 컬러라는데, 미국의 핵인싸 언니들이 입을 것 같은 옷 색깔이다
이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중요한 것은 '나 혹은 타인을 어떠한 기준으로 규정짓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경험하거나 혹은 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해보면서 그 사람을 직접 겪어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사주나 MBTI에 대해 너무 찾아보거나 복채를 내고 보러 가지 않는다.
특히, 사주를 보러 갔을 때 무슨 무슨 직업 군을 해야 한다 혹은 올해 XX 수가 있다는 등의 말을 들으면 괜히 신경도 쓰이고, 마치 그렇게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운명(運命)의 '운'자는 '움직일 운'이다.
스스로가 고정관념을 가지고 나 자신 혹은 타인에 대해서 규정짓지 않고,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면서 나아갈 때, 내 삶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 '운명'을 멋지게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본격 감성 수다 블록버스터 북끼리 라디오 스테이션>
https://youtu.be/NcAym7UotdU?si=Zo0ufG55-tiUEwHN
헤더 이미지 © bogs,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