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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Jul 20. 2024

노는 것의 미학

노는 것이 아직도 어색하고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에  흠칫 놀라곤 한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논다'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통용되고 있다.


유사어로는 '쉰다'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어찌 됐든 '논다'라는 단어는 주로 ' 일이 없어서 집에서 놀고 있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사실 지금 나의 상태도 엄밀히 말하면 '노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이다. 작가로서 글도 쓰고 조그마한 나만의 일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수입이 없으니 놀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직장인과는 다르게 내가 알아서 하루의 일정을 관리하고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자기 통제력이 없다면 일상이 무너지기 쉽다. 그래서 요즘에는 하루의 대략적인 계획을 세워 그에 맞춰서 실행하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계획한 일정들을 제외하고는 직장을 다닐 때보다는 시간이 훨씬 여유로운 편이다. 문제는 그때마다 내적 갈등이 시작된다. '이 여유로운 시간을 나는 너무 안일하게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자기반성과 함께 죄책감을 이따금 느끼곤 한다. 이러한 느낌이 들 때마다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 노는 것이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인가'였다. 그리고 나 자신 스스로가 노는 것에 대해 언제부터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이러한 모든 생각들의 원천은 내가 자라온 환경에 있었던 것 같다. 성장과정에서 부모님 세대의 IMF를 지켜보면서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학습했고 , 대학에 들어가서 취업을 하려 했을 때도 미국발 금융위기의 한파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에 내가 이 사회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경쟁우위'였다.




경제성장이 멈추고 장기 침체로 들어가는 시기에 초년생으로서 사회에 뛰어들어야 했던 나에게는 누구보다 더 부지런해야 했고, 더 많이 알아야 했고, 더 인정받아야 했기 때문에 논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쉽사리 떠올릴 수 없는 단어였다. 20대 중반만 하더라도 끊임없이 부단히 노력해야만 남보다 더 빨리 기회를 잡아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경쟁우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던 20대에는 취업, 이직을 위한 스펙 쌓기에 정말 열중했었던 기억이 난다 @Unsplash




하지만 이러한 나만의 굳은 신념(?)은 회사생활을 하면서 모래성처럼 서서히 무너졌다.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열심히 일해도 언젠가는 회사를 나가야 하는 것이며,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젊음, 노력, 정성을 다 바쳐도 남는 건 퇴직금과 소소한 근속 선물 정도라는 것을 옆에서 보며 허무하게 느껴진 적이 많다. 그리고 퇴직 후에는 무엇을 할지 몰라 그 소중한 퇴직금을 엉뚱한 곳에 탕진했다 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한다.


유럽에서 나름 만족스러운 갭이어를 보내고, 지금도 직장 다닐 때보다는 시간적으로는 상당히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통장의 잔고가 줄어가고 어떻게든 호구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으며, 조직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안정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놀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나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살아왔지만, 아직도 내가 무슨 활동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성향인지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에도 바로 대답하지 못할 때가 많다.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모르고 있구나라고 느끼면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요즘은 일의 효율이 떨어지거나, 날이 너무 좋으면 산책을 가기도 하고, 혼자 드라이브를 가기도 한다. 혹은

엄마나 친구들,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근교로 같이 놀러 간다. 예전 같았으면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에는 혼자 또는 같이 놀면서 나의 새로운 모습이나 성향을 알아가기도 한다. 


아래의 문장은 어떤 책에서 읽은 글귀인데, 노는 것이 그리 나쁜 것이 아님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찾은 기회는 생각보다 우연한 것이며, 
그 우연한 기회는 대부분 취미 혹은 놀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스트레스받을 때는 그냥 놀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좋아하는 영화/연극을 본다. 물론 이렇게 하면 내가 하는 일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경제적 어려움이 올 수도 있고 그 외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냥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오늘을 즐겁고 재밌게 살 수 있으며, 제대로 놀 수 있는 사람이 인생의 기회를 잡는데 있아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다가올 미래는 자신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는 분명한 것 같다. 따라서 획일화된 스펙을 쌓는 것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노는 것'을 통해서 나 자신을 조금씩 알아가고,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놀러 나갔을 때 이런 하늘을 보면 큰 행복감을 느낀다









<본격 감성 수다 블록버스터 북끼리 라디오 스테이션>

https://www.youtube.com/watch?v=02uH_rP4a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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