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련 책을 쓴 작가의 관점에서 쓴 이번 미국 대선에 대한 짧은 논평
전 세계가 주목한, 초박빙으로 예상됐던 미국의 이번 대선의 결과는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나왔다.
치열한 경합이 될 것이라는 언론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트럼프의 재집권과 공화당의 상, 하원 압승이라는 결과는 하루를 꼬박 넘기자마자 나왔다. 일부의 사람들은 미 언론의 여론조작 혹은 부정확한 출구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언론의 좌파 편향적인 시각을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압승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정치와 사회의 '배타주의와 양극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관련 책을 쓴 작가로서 미국에 거주할 때부터 의회습격과 같은 초유의 정치적 사태의 발발부터 각종 사회문제(총기, 이민, 낙태권 등)로 인한 배타주의와 양극화가 만연했었다.
미국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에 견주어 봤을 때, 날로 악화되는 경제 상황,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불법 이민이 이번 대선의 주요 승부처였던 것 같다.
미국에서 거주했을 때, 유가가 1갤런(gallon) 당 3달러가 넘어가자 당시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 비축유까지 풀어가면서, 어떻게든 인플레이션과 경제상황을 개선해 보려고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유가가 1갤런(gallon) 당 4달러가 넘어가고, 인플레이션은 나날이 심해지며, 각종 소비와 고용지표는 악화되고 있다.
마트에 갈 때마다 인플레이션에 놀란 미국인들은 소셜 미디어에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 어딜 가나 먹고사는 것이 힘들어지면, 민심이 흉흉해지는 것은 우리나라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따라서, 현 정부(민주당)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영향이 고스란히 선거에 반영된 것이다.
또 하나의 주된 이슈는 미국-멕시코 국경에서의 불법이민이다. 특히 이 국경 근처에 있는 텍사스 주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소위 학을 떼는 사회적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 있을 때, 뉴욕 시장이 "인권을 존중해서 불법 이민자들을 난민으로 받아야 한다"라는 발언을 하자, 이에 텍사스 주지사가 격분해서 버스로 불법이민자들을 뉴욕으로 실어 나르는(?) 진귀한 풍경을 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대선 전, 미 NBC가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주요 현안 과제 중의 하나가 불법이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불법이민을 강력하게 근절하겠다"와 같은 프로파간다(propaganda)는 대중에게 매우 강력하면서도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미국 대선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선거공약, 주요 사회 이슈의 쟁점의 뒤에는 '배타주의와 양극화'가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샌가, "내 말은 무조건 맞고, 네 말은 무조건 틀리다"라는 명제가 양당정치를 전제로 한 미 정치권의 소위 국룰이 되어버렸다. 정치인들끼리도 흑색선전(matador)과 같은 방식의 선거 유세가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아울러, 인종, 젠더 간의 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인종과 성별에 따라 지지하는 정당이 뚜렷하게 갈리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블루칼라(일반적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20대 남성(특히 백인)은 트럼프(공화당)를 지지하고, 화이트칼라(일반적으로 사무직 혹은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여성 인권(낙태권)에 민감한 20대 여성은 카멀라(민주당)를 지지하는 현상이다.
이번 대선은 트럼프와 공화당의 압승이지만, 압승의 배경에는 현 정권(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자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이전과는 바뀐 시각도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배타주의와 양극화는 미국 사회 내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기조가 트럼프 2기 정권의 대외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헤더 이미지 @ 미 N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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