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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전토끼 Sep 30. 2024

상상도 못한 원조 라떼와 밀레니얼의 환상적인 만남

영화 인턴(Intern, 2015)


9월, 가을의 시작이기도 하고 내 생일도 있어서 그런지 마냥 좋은 달이다.

오늘은 9월의 마지막 날이다. 여느 해의 가을과는 달리 폭염이 계속됐던 가을이라 낯설긴 했었다.

처음 이 영화를 본 그날도, 9월의 끝자락, 오래간만에 반차를 내고 우연히 영화관에 갔다가 보게 된 그 영화다. 


그때는 몰랐다. 우연히 영화가 인생 영화가 될 줄은. 


2015년 9월 24일에 개봉한 인턴은 당시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 그야말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의 성원에 힘입어 한국에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개봉한 지 7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영화 속 명대사나 주요 장면들은 밈(Meme, 온라인상의 유행 창작물)으로 만들어져 공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턴은 지금까지도 왜 명작으로 회자되는 것일까?


한국에서 나고 자란 30대 여성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기혼이며 아이가 있는 30대 여성의 성장과 성공기
'시니어 인턴'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
'청춘'과 '노년'이라는 대비되는 키워드를 통해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1 기혼이며 아이가 있는 30대 여성의 성장과 성공기


회사에 반차를 내고, 오랜만에 혼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영화가 '인턴'이다.

앤 해서웨이라는 배우를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때 나는 30대로 막 접어드는 나이에다 결혼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커리어와 인생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었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30대 여성 CEO를 소재로 한 이 영화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영화를 보면 스타트업의 CEO인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겉보기에는 전도유망한 사업가이다.

하지만, 본인의 커리어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딸과 온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없고, 남편도 본인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아이를 전담해서 양육하게 된다. 본인의 커리어에서는 치열하게 몰두하여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가족을 희생(양육에 대한 소홀함, 배우자의 커리어 포기)시킨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이후에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면서, 본인 인생에 대한 회의감과 자책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하지만, 밴 휘테커(로버트 드니로)의 조언과 격려로 자신의 커리어와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전보다 더 멋지고 당당한 여성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국의 20-30대 여성이 열광하는 점이 바로 '30대의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의 커리어 및 가정에서의 성공담'이다. 우리 주변에만 봐도 30대 아이가 있는 기혼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의 키워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미혼인 20-30대 여성들도 결혼 및 출산 이후의 삶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 인턴의 앤 해서웨이의 성공담(자신의 커리어와 가정에서의 성공)은 매우 극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의 20-30대 여성들(특히 기혼이거나 아이가 있는)의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다.




#2 '시니어 인턴'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



한국에서는 '시니어 인턴(senior intern)'이라는 말 자체도 생소하다.

대다수 직장인의 현실은 나이 들어서 승진하지 못하면 알아서 회사에서 나가거나, 제2의 직업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전도유망한 스타트업의 시니어 인턴은 파격적이면서도 신선했다.


그리고 마냥 라떼를 시전 할 것 같았던, 시니어 인턴은 오히려 젊은 선배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은 사실상 문화 충격이었다. 아직까지 직장에서 연공서열이 존재하고, 시비가 붙으면 '너 몇 살이냐?'며 나이를 묻는 한국 사회에 사는 내게는 더더욱 그랬다.


시니어 인턴은 젊은 직원들뿐만 아니라 CEO에게도 비즈니스 및 인생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때로는 그들의 말을 경청해 주고 진심으로 상담해 주는 '진정한 어른'이었다. 결국, 우리 사회에 이런' 진정한 어른'이 부재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 이 영화의 시니어 인턴(밴 휘태커)은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였을 것이다.




#3 '청춘'과 '노년'이라는 대비되는 키워드를 통해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사람은 누구나 한번 태어나서 한번 산다. 이러한 과정에서 '청춘' , '노년'이라는 시절도 다 겪게 된다.

우리는 흔히 청춘은 화려함이고, 노년은 초라함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고, 설사 나이를 먹어도 세월의 흔적을 감추며, 더 젊어 보이려고 노력한다.


영화 '인턴'에서는 청춘 CEO 줄스 오스틴과 시니어 인턴 밴 휘태커를 통해 청춘과 노년이라는 키워드를 대비시킨다. 이를 통해 '청춘'은 불안하지만, 경험을 통해 성취하고, 성찰하면서 성장한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에 '노년'은 안정적이고 때로는 무료할 수도 있지만, 축적된 인생의 지혜를 바탕으로 새롭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극 중에서 밴 휘태커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친구들의 장례식 참석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갈 때, 죽음은 생각보다 멀지 않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부인과 사별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 인생을 꾸려가는 것을 보면, 청춘이든 노년이든 인생은 항상 어떤 방면으로든 새롭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청춘'과 '노년'이라는 키워드들을 통해 바쁜 삶을 살고 있는 20-30대들에게 '현재와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 같이 세대 갈등이 사회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한 번쯤 다시 봐도 좋을 영화다.

주변에 '진정한 어른'이 없다면, 영화 속의 인물을 통해서 위로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직장생활에 치여서 지쳐있거나, 혹은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하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재충전할 수 있을 것이다.


7년 전, 이맘때 만난 영화이지만 지금도 생각나면 종종 다시 보는 영화다. 

가을의 느낌이 나는 9월 마지막 날, 라떼와 밀레니얼의 따뜻한 만남으로 가을 감성을 충전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줄스와 벤과 처음 만난 날의 장면, 역시 밀레니얼과 원조 라떼 간의 견해차이가 극명하게 보이는 대목이다 @Waner Bros. Korea








헤더 이미지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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