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롤 Aug 24. 2022

30. 낳아보면 다를까요? 진짜요?

  딸을 데려온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둘째 계획을 물었다. 또래 친구들과 있으면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나오는 소재다. 나도 남편과 자주 둘째에 대해 의논해왔다.

  처음 아이를 데려왔을 땐, 1년이 지나면 바로 둘째를 연달아 입양할 계획이었다. 아이에게 입양 형제가 있는 것이 좋을 것 같고, 둘은 키워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커서 입양에 대한 고민이 들 때, 같은 입양 형제가 있으면 서로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고 들었다.

  지인들은 자주 '친생 자녀를 얻을 마음은 이제 없냐'는 질문을 했다. 친생 자녀가 없는 나를 안타까워하며 하는 말일 때도 있고, 친생 자녀가 생겨 지금의 딸이 차별받게 될 것이 걱정되어하는 말일 때도 있다. 나는 난임 기간이 길었기도 했고, 자연 임신을 기대하는 편도 아니라 친생 자녀를 얻기도 힘들겠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

  둘째를 계획한다면 당연히 입양할 거라는 답변에 "왜에?"하고 놀라던 친구가 있었다. 그 놀라는 소리에 나도 놀랐다. 내 놀라는 표정엔 친구가 당황했다.

  "난 배도 안 부르고 출산의 고통도 없이 이렇게 사랑스러운 딸을 얻었잖아. 이렇게 좋은 방법을 알았는데 내가 왜 이제와 애를 낳겠어?"

  민망해하는 분위기를 달래려고 웃으며 한 말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낳지 않아도 이렇게 이쁜데 굳이 낳을 필요성을 더는 느끼지 못하겠다. 낳으면 다르다고? 뭐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 중에 입양해본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출산만 해본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아는가? 입양과 출산을 모두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정말 다른지, 차이가 없는지. 같다면 둘째를 굳이 배 아파 낳을 이유가 없고, 다르다면 더더욱 딸을 생각해 친생 자녀를 얻지 않겠다는 게 지금 우리 마음이다.

  정말 우리 부부에겐 친생 자녀에 대한 욕구가 없다. 출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가, 나이도 이제 꽤 들어 임신도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이후 딸이 상처 입는 상황이 생길까 두렵다. 친생 자녀로만 이루어진 가정에서도 엄마가 언니만 이뻐하는 것 같다, 아빠가 동생을 더 좋아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 않은가. 객관적으로 봐도 너무한다 싶게 차별하는 부모도 많다. 집에서 차별받는다고 느껴 어른이 되고도 화내는 사람도 많고. 살면서 누구나 내가 다른 형제와 차별받는다는 마음이 들 때가 생기는 법이다. 특히 일이 안풀려 자존감이 바닥일 때. 만약 친생 자녀를 낳는다면 딸이 동생에게 질투를 느끼는 순간에 입양이 차별의 이유라고 생각하게 될까 봐 솔직히 두렵다. 또, 주변에서도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차별받지는 않는지, 부모가 동생을 더 예뻐하지는 않는지 궁금해하는 시선이 있을까 마음 쓰인다. 우리도 그런 시선이 불편할 텐데 하물며 딸은 더하겠지. 굳이 친생 자녀에 대한 욕심이 따로 없는데 그런 갈등 요소를 가정에 들이고 싶지 않은 게 지금 내 마음이다. 내게 가장 소중한 건 지금 눈앞에 있는 내 딸이니까.

  물론, 이건 아직 아무것도 겪지 않는 내 솔직한 두려움이고, 실제로는 다를 수 있다. 친생 자녀가  있는데 입양을 하는 가정, 입양 후 출산을 하는 가정들의 사례를 많이 알고 있다. 입양 후 실제로 알게 된 가정들도 있는데 대체로는 별문제 없이 생활하는 것 같다. 오히려 친생 자녀가 있는데 입양된 아이는 대체로 그 집의 막둥이 노릇을 하며 사랑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입양 후 출산을 하는 가정 역시, 첫 아이에 대한 애틋함을 친생 자녀와 비교할 수 없다고들 한다. 주변의 사례들을 보면 입양 부모들은 정말 친생 자녀와 입양자녀의 차이를 느끼겠다고 말한다. 단지, 친생 자녀에게서 자신과 닮은 행동이나 외모를 볼 때 깜짝 놀란다고는 했다. 별걸 다 닮는다 싶어서. 그런데 그게 좋을 때도 있지만, 너무 싫기도 하다고 다.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다. 하하하.

  내게 누가 내 딸이 친생 자녀처럼 예쁘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글쎄, 난 얘 하나라 비교군이 없어서 모르겠네. 계획엔 없지만 혹시나 낳게 되면 말해줄게. 근데 내가 낳는다고 이보다 더 예뻐할 수는 없겠다 싶을 만큼 이쁘긴 해. 우리 부부에겐 정말 기다렸던 아이니까. 출산도 해본 다른 입양가족들이 차이가 없다니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내가 안 겪어봤으니 패스."

  이게 지금 나의 솔직한 대답이다. 그리고 지금으로선 입양이든 출산이든 둘째를 들이겠다는 마음이 줄어들고 있다. 아이가 네 살이 되면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조금씩 우리 부부의 삶의 질도 나아지고 있어서다. 이 상황에서 다시 갓난아이 하나를 더하는 게 쉽지 않다. 좀 편하게 살고 싶고, 딸 하나면 충분하다는 마음과 둘은 있어야 서로 의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공존한다. 처음엔 당연히 둘은 되어야 한다던 집안 어른들도 육아하는 걸 도우시면서 하나만 키우고 살라고 말을 바꾸신 지 오래다. 하하하. 오히려 우리가 딸아이를 생각해 동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고민 중이다.

  "딸. 동생이 오면 어때? 아기가 집에 오면?"

하고 딸에게 가끔 묻지만, 수시로 답변은 바뀐다. 천천히 고민해보고 신중히 결정하겠다.


* 입양 자녀가 친생 자녀와 다름없이 사랑스러운가에 대한 의문은 도 입양을 준비할 때부터 가진 궁금증이었습니다. 지금은  주변 입양 부모들의 경험담과 제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을 조합해 차이가 없겠단 잠정적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친생 자녀를 얻을 계획이 없으므로 는 아마 마지막까지 이 문제에 대해  경험치에 기반한 명확한 답은 끝까지 얻지 못하지 싶네요. 하지만, 알고 지내는 입양부모님들께 솔직히 말해보라고 해봤는데 다들 똑같다, 다를 게 있을 리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단지 입양이라는 부분에서 신경 써줘야 할 부분이 있을 뿐, 사랑의 깊이에는 차이가 없다네요.

  글을 쓴 뒤, 남편에게 카페에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낳아도 이보다 더 이쁘진 않을 것 같은데.'라는 답변을 얻었어요. 남편은 입양 전엔 자신도 의문이 있었는데, 오히려 입양해 키우면서 입양이 차별의 이유가 되진 않을 거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고 했고요. 그리고 '생각도 하고 싶지 않지만, 차별하는 것들은 쓰. 레. 기.'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전 08화 29. 친정 엄마의 응원이 주는 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