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엄마, 난 고양이, 강아지처럼 집에 온 거야?
3년 전, 입양을 준비하면서, 입양에 대한 자료를 찾으려고 여기저기를 해맸다. 그때마다 내 앞을 가로막은 건, 멍멍이와 야옹이. 입양을 검색하면 항상 우선순위에 멍멍이와 야옹이가 도배되어있었다. 아무래도 검색량이 엄청날 테니까.
나는 고양이를 키운다. 그래서 사회에서 왜 반려동물에게 '입양'이라는 무거운 단어를 짐지웠는지도 충분히 안다. 아이를 입양하는 것 같은 책임감으로 시작하라는 표현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겨달라는 표현이다. 하지만 막상 진지하게 입양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계속 검색 결과엔 반려동물이 뜬다. 아예 '아이 입양'은 찾기 어렵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계속 보다 보니 조금 빈정이 상했다. 나중엔 답답해서 '아기 입양', '아이 입양', '사람 입양'이라고 쳐서 검색을 했다. 그러고 보니, 입양 카페에서 반려동물에게 '입양'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불편해하는 입양 부모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게, 내 아이가 입양을 알게 되고, 정보를 더 얻고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했는데 입양에 계속 멍멍이와 야옹이가 뜬다면? '쟤(우리집 고양이)도 입양된 거고, 나도 입양된 거지.'라고 느껴지지 않을까? 아이는 입양이 '반려동물을 들이는 일'과 동급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어린 나이라면 더더욱. 아이들이 왜 동물에게 '입양'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 입양아에게는 충분히 상처가 될 수 있다. '엄마, 아빠가 개,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듯이 날 입양해 키웠구나.'라고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검색하던 나도 기분이 막 나빠질라고 그랬으니까.
이 부분에 대한 입양 단체 내에서 심각한 고민들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포털사이트에서 '입양'을 검색하면 제대로 아이 입양에 대한 결과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동물 입양 결과도 함께 검색되지만, 이건 조회수를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검색 결과에 단순 조회수 검색이 아니라, 그 외 다른 부분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일개 입양 부모인 나야 모른다. 어쨌든 누구의 노력으로든 사회의 의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력한 그들도, 변화해준 사회도 감사하기 그지없다.
'입양'이라는 단어를 통해 반려동물을 책임감있게 키우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려 했던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안다. 나도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기에 유기견, 유기묘가 안타깝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입양아가 느낄 마음의 상처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단 점이 아쉽다. 입양 부모로서,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로서, 이를 위한 더 나은 표현을 동물 단체들이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강아지, 고양이를 집에 들이는 일을 '입양'이라고 표현하면서, 입양은 생각보다 가벼운 일들에 함께 쓰인다. 입양을 자주 검색하다보니, 어린 학생들은 게임 캐릭터나 고급 인형을 구입하는 일, 어른들은 비싼 장난감이나 명품 가방, 좋은 컴퓨터나 전자제품 등을 구입하는 일에도 쉽게 입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자신이 의미있게 구입하거나 구했다는 의미로 사용했겠지만, '입양'은 그렇게 가볍게 쓰일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