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허가가 나고 구청에서 서류 작업을 마쳤다. 드디어 끝났다. 복지사님은 센터에서 운영하는 입양부모 커뮤니티에 우리를 초대하셨다. 비슷한 시기에 입양이 종료된 우리 또래의 입양가족이 있다며, 30대 입양 부모는 흔하지 않으니 친하게 지내도 좋겠다고 귀띔해주셨다.
저녁을 먹고 소파에 앉아 차분히 커뮤니티를 구경했다. 복지사님이 말씀하셨던 입양가족의 인사글이 벌써 올라와 있었다.
"자기야, 이 집인가 보다. 근데..."
"근데 왜?"
"집이 좋아 보이네. 여기."
아이의 사진 뒤로 집안의 모습이 살짝 비쳤다.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살짝 보아도 우리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였다. 그 집 아이는 내 딸과 이미지도 월령도 비슷했다.
"복지사님은 왜 우리 애를 우리 집에, 저 아이를 저 집에 보내셨을까? 외모만 보면 아이들이 꽤 비슷해 보이지 않아?"
"그러게, 이미지가 비슷하네. 뭐 이유가 있으셨겠지."
"그러시겠지."
인연은 참 묘하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같은 센터에서, 아이들은 각각 다른 가정으로 갔다. 우리 가정은 혈액형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저 가정에서는 혈액형을 맞춰달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 아이들의 부모가 그렇게 정해졌다. 내 기분이 덩달아 묘해졌다. 인생, 참 모르는 거네.
같은 커뮤니티에 속해 있으니, 만날 일도 꽤 있을 터였다. 같은 여자아이고 나이도 같으니, 입양 친구가 될지도 모른다. 나중에 커서 한참 사춘기가 돼서 우리 딸이 '왜 나는 저 부잣집으로 가지 않은 거지?' 같은 불평을 하면 어쩌지? 갑자기 이런 어리석은 생각이 스쳤다. '뭐 엉덩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정신 차리라고 해야지 뭐.' 했다. 그리곤 곧 이렇게 생각했다. 아, 열심히 살아야겠다. 무엇도 아쉽지 않을 만큼 행복한 가정으로 꾸려야겠다. 가능하면 돈도 좀 더 벌고. 이래서 부모가 되면 돈 욕심이 나나보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