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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Aug 29. 2022

35. 입양 생일이 뭔가요?

  "OO아, 우리 집에 온 걸 축하해."

  이 날은 OO이가 우리 집에 온 날이다. 우리 집의 기념일 중 하나다. 나도 처음엔 몰랐는데, 카페를 통해 입양 생일을 챙기는 가족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보통 아이가 위탁으로 집에 오게 된 날이나, 입양 과정을 마무리한 날을 기념일로 삼는다.

  처음 남편에게 '입양 생일'을 이야기했을 때 남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냥 생일을 챙겨주면 되는 거 아니야?"

  남편은 입양 생일을 챙기는 게 아이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닐 거라고 했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강조하는 셈이 되니,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생일만 챙기는 게 맞다고도 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했고 우리는 아이의 생일만 챙기자고 말했다.

  그래 놓고 우리는 벌써 삼 년째 입양 생일을 챙겼다. 입양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날이 매우 의미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기야, 벌써 OO이를 키운 지 1년(2년, 3년)이 다 됐네."

  이렇게 생각하면 애틋해진다. 그래도 우리끼리 케이크라도 하나 살까, 하는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케이크를 사서 저녁에 가족끼리 오붓이 초를 켠다. 초를 켜고 끄는 일에 신이 난 아이와 그래도 세 번은 켰다 껐다를 해줘야 제맛이다. 케이크가 앞에 있으니 자연스레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른다. 그럼 생일도 아닌데, 꼴이 좀 우습긴 하다. 신이 나서 초를 부는 딸을 보며 남편이 작게 말한다.

  "OO아, 우리 집에 온 걸 축하해."

 그렇게 우리는 세 번의 입양 생일을 챙겼다. 그냥 우리가 하고 싶어서. 우리가 좋아서. 아직은 네 살이니 뭐가 뭔지도 모를 테니까.

  아이가 좀 더 크면 애초에 이야기했던 대로 이날을 기념하지 말아야 할지, 우리 가족 입양일로 삼아 제대로 해야 할지 남편과 다시 의논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입양 부모들을 만나 의견도 더 물어봐야겠다.


* 아이의 생일엔 마음이 힘들다는 입양 부모들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아이의 생일날이면 아이를 낳아주신 엄마를 떠올린다. 그날엔 내가 없었으니까. 내가 낳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하는 날이라 아이뿐 아니라 입양부모도 힘들다. 입양부모들도 생각이 다 달라서, 친생부모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분도 계시고,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에 친생 모의 흔적을 괴로워하는 분들도 있다.

  아무리 내가 내 딸의 친권을 가진 엄마이라고 소리쳐도 그날의 주인공은 내 아이와 친생모일 수밖에 없다. 어디선가 이 날을 떠올릴 또 다른 한 사람을 우린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날 아이가 낳아주신 엄마에게 감사하기를, 그 마음을 나와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기를 기도한다. 출산의 고통을 모르는 엄마이지만, 너의 입양 고민은 함께 나눌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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