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롤 Aug 30. 2022

36. 입양을 꼭 공개해야만 하는가.

  그러니까, 말 안 하고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없다.

  첫째, 주민센터에서 입양아서류를 떼면 바로 확인 가능하다. 친생 자녀들은 '출생'이라 적힌 칸에, 입양아들은 '전입'이라고 기록된다. 친생부모의 등본에서 입양부모의 등본으로 옮겨왔다는 뜻이다. 평생 서류를 떼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둘째, 이미 가족, 친지, 지인들이 입양 사실을 알고 있다. 평생을 비밀로 해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누군가는 방정맞게 입을 열게 되어있다. 그런 불안 속에서 사는 것은 지옥과 다름없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배도 부르지 않은 사람이 육아휴직을 하니 거짓말할 여지가 없다.

  결론은, 평생 숨기는 일은 말 그대로 불가능하다. 불가능해서 공개해야만 한다기에는 뭔가 강압적인 느낌이 든다. 이 이유 말고도 공개해야 할 이유가 남아있다. 만약 절대 공개될 일 없다고 하면 입양은 공개하지 않아도 좋은가. 예전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게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믿기도 했다. 친생 자녀인 척 죽을 때까지 산다면 그게 아이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입양계에선 입양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바뀌었다. 입양아동의 입장에서 오히려 입양은 밝혀져야만 하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누구든 사람은 자신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자신에 관해 가장 중요한 '누가 자신을 낳았는가?'와 같은 중요한 진실을 자신이 알지 못하고 평생을 사는 것이 과연 옳은가?

  뒤늦게 입양을 알게 된 입양아들은 자신을 위해 입양을 감추고 전전긍긍하며 살아준 입양부모의 마음을 알지만, 자신에게 알렸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정작 자신만 모르고 살았음을 괴로워한다. 평생을 거짓으로 산 것처럼 절망한다.

  입양아들은 자신의 출생을 제대로 알 권리가 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출생을 거짓으로 말할 권리는 없다. 누구도 다른 사람이 슬퍼할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 그게 부모일지라도. 사랑은 슬퍼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아니라, 함께 슬퍼해주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