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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 Sep 01. 2022

38. 엄마 배에서 나왔지. 다른 아이들처럼 똑같이.

  당신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선전 문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입양을 감성적으로 사람들에게 표현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표현이다.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만들어진 이 문구는 입양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큰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엄마, 나도 엄마 배에서 나왔어?"

  자, 그렇다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출산에 대해 배우고 온 입양아의 이 질문에 부모는 무엇이라 답해야 할까? 쉽게 떠오르는 답은 "아니, 너는 엄마가 가슴으로 낳았지."이다.

  그럼 아이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오늘 선생님이 아기는 엄마 배에서 나오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나도 엄마 배에서 나왔냐고 물었다. 이건 과학적 질문에 가깝다. 아이가 혹시 내가 진짜 '이 엄마' 배에서 나온 게 확실한지, 옆집 아줌마 배는 아닐지 궁금해서 물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질문의 포인트는 '엄마'가 아니라 '배'다. 내가 발가락이나, 똥꼬나, 겨드랑이 같은 곳이 아니라, 사람의 배에 있다 나온 게 맞는지 묻는 것이다. 그런데 나만 가슴에서 나왔다니 얼마나 충격적인가. 이 아이는 외계인인가? 박혁거세가 알에서 나왔다더니, 비슷한 부류인가.

  내가 교육을 통해 배운 바른 답변은 이렇다. "응, 너도 엄마 배에서 나왔지." 틀린 말인가? 내 아이는 엄마의 배에서 나온 것이 맞다. 그 엄마가 내가 아닐 뿐이다. 오해의 소지를 줄여주려면 이 정도 말을 뒤에 붙이면 좋겠다. "엄마 말고 다른 엄마의 배에서." 아마 아이는 뒷말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선생님에게 배운 내용이 맞는구나, 진짜 애기는 배에서 나오는구나.'가 아이가 궁금했던 거니까. '다른 엄마'가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기에는 아직은 아이가 어릴 가능성이 더 크다. 입양 공개는 어느 날 하루 마음먹고 폭탄 터트리듯이 '빵'하고 터트리는 게 아니다. 상황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더해가며 진실에 다가가는 것에 가깝다. 이번엔 그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첫발을 디뎠다고 여기면 그만이다.

  "엄마가 가슴으로 널 낳았다"는 표현은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너무나 문학적이다. 그러니 나는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중 어디에서 나왔냐고 진지하게 묻는 아이가 생기는 것이다. 아이는 선생님에게 배운 '기초 성교육'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상대와의 공통점을 찾고 기뻐한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이 다름에 불안해한다. 아이가 물은 사소한 질문에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지 말자. 무엇이 '먼저'인지가 더 중요하다. 너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엄마의 배에서 나왔음을 먼저 말해주자. 입양이라는 사실에 골몰하지 말자. 사람은, 누구나 엄마의 배에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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