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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덕이 Oct 26. 2024

느슨한 중간 점검

매주 한 편씩 글을 쓰겠다는 야심 찬 야망과 달리 이 글은 2024년 4월 16일에 쓰기 시작하여 2024년 10월 26일이 된 현재에도 아직 열 편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 중간 점검이 딱 10편인 셈이다. 10편을 매주 꼬박 쓴다면 6월 마지막 주에는 마무리가 되었어야 할 텐데 거의 4개월이 늦은 셈이다. 


그 사이, <느슨하게 살기>에 쓴 삶의 다양한 측면은 그대로인 것도, 바뀐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바뀐 부분은 4월 26일에 적은 <느슨하게 운동하기>다. 해당 글에는 2월부터 2개월 간 바짝 운동하다가 담이 와서 타의로 그만둔 내용이 적혀있다. 첫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적었지만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난 여전히 국민체력 100을 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은 스포츠 마일리지를 주지 않고 꽁으로(!) 해야 하는데도 여전히 하고 있다. 한창 모두가 여름휴가를 떠나는 7월과 8월에는 센터도 느슨한 마음이 되었는지 운동 프로그램이 많이 열리지 않아 매우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초반의 경험을 거름 삼아 할 수 있는 만큼만 진행하되 횟수를 늘려 조금씩 자주 운동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하니 평일에 약 10시간 정도의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어 주말은 마음 편히 푹 쉬는 쪽으로 루틴을 잡을 수 있었다. 자율적으로 운동할 때는 아침에 눈 뜰 때부터 도대체 오늘은 언제 운동을 할지, 운동하기 싫은 데도 어떻게 하면 운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이제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주말에는 보통 서울둘레길을 걷는 등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을 하려 노력하는데 보통은 그렇게 외부활동을 하고 나서도 집에 오면 운동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곤 했다. 아무도 내게 압박을 주는 사람이 없는데 스스로 압박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이제는 평일의 운동 강도가 충분한 것을 알기에 평일 운동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주말에는 추가적인 운동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이제 나만의 운동 루틴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가 운동을 하고 있냐고 묻거나 건강검진에서 운동에 관한 질문을 받아도 자신 있게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전에는 강도 높은 운동을 최소 1시간 이상 해야 운동을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운동을 하기 더 어려웠다. 이제는 운동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지 않다.


느슨한 삶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앞으로도 나의 느슨한 삶은 생활상에 따라, 나이에 따라,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느슨하게 때문에 글쓰기가 느려진 원인도 있겠지만 느슨하게 덕분에 스스로에게 여유를 허락하려 노력 중이다. 여전히 선천적으로 느슨하지 않은 사람임을 알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사람인 걸 알기에 느슨하게를 제니의 만트라처럼 외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느슨하게 살기>는 나의 만트라이자 다짐이며 지향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를 믿을 수 없었던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에 이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비록, 아직도 의구심 가득한 부분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느슨하게 풀어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글을 쓰기까지는 귀찮지만 글을 쓰며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글은 내게 느슨한 몰입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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