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확장을 하지 않았다는 전제
어쩌다 보니 구조가 똑같은 20평대 구축 아파트에 살고 있는 자매입니다.
정리를 못하는 동생과 상대적으로 잘하는 언니의 집을 소개합니다.
재능인 줄 몰랐던 저만의 소소한 정리 Tip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p.s. 콘텐츠 제공 고맙다 동생아.
20평대 구축 아파트는 수납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우리 집이나 동생네처럼 맞벌이 신혼부부 살림에도 주방은 참 좁게 느껴진다.
그럼 식료품, 생활용품 등을 두는 창고로는 어디가 좋을까?
베란다 확장을 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보면 양쪽 베란다 두 군데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하나는 주방에서 이어지는 곳, 하나는 거실에서 이어지는 곳이다.
주방에서 이어지는 곳의 베란다를 보통 다용도실, 세탁실이라 부른다.
이름에 걸맞게 다용도실은 활용도가 높고 주방 뒤편에 있어서 동선이 짧아 효율적이다.
이번에 가서 두 번째로 정리해 준 동생네 다용도실 비포/애프터부터 구경하자.
이불 아메바가 사는 동생네 다용도실.
집 정리는 못하는데 이불 청결에 극도로 신경 쓰는 동생이 정말 재미있다.
청결에 민감하다면서 분리배출통 바로 앞에 빨래가 대기하고 있고, 그 위엔 벌레가 꼬일 수 있는 식물이 차지하고 있다.
새삼 옆에서 버티고 있는 햇반과 컵라면이 괜히 든든하다.
비포 사진에서 별다르게 정리한 게 없다.
이미 완벽한 배치를 짜줬고, 쌓아두지 않는 상태로만 유지한다면 내가 안 가도 된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보다.
분리배출할 쓰레기는 분류해서 통에 넣어주면 될 일이고,
이불도 차라리 세탁기 안에 넣어둔다면 조금 더 깔끔해 보일 일이다.
동생은 해맑게 말한다 "언니가 해주면 되잖아"
심각한 귀차니즘인가?
아니다. 그저 습관이 들지 않았을 뿐이란 게 내 결론이다.
우리 집 다용도실로 넘어가 보자.
거실 앞 베란다보다 창고로 활용하기 좋은 뒷베란다.
아무래도 화장실에서 씻고 나와서 가기 편한 동선이기도 하고,
배수구가 있어 세탁실로 쓰라고 만들어둔 당연한 공간이기도 하다.
빨래바구니 옆엔 이사오기 전 살던 집 거실에 두었던 가벼운 탁자를 뒀고,
좋아하는 식탁보를 개서 덮으니 훌륭한 팬트리가 되었다.
동생네 집과 달리 우리 집은 무너져 내릴 것 같지만 붙박이장이 하나 있다.
나머지 생활용품과 술, 쇼핑백과 포장지 등을 알차게 정리했다.
술만 깨지지 않길 바라며 그저 내 집마련을 꿈꾸고 있다.
우리 집 앞 베란다를 둘러보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20평대 구축 아파트 양쪽 베란다 활용법의 가장 꿀팁은 바로 '짐'의 양이다.
베란다에 자전거부터 화분, 테이블, 운동기구 등등을 가져다 놓게 되면 정말 답이 없어진다.
이사 올 때 이전 세입자에게 에어컨을 샀는데 실외기가 베란다에 있었다.
여름 내내 실외기가 돌아가고 베란다 공기가 안 좋아질 텐데 화분을 키울 수 있을까 싶어 정리했다.
처음부터 한 건 아니었다.
끄덕 없이 잘 자라던 돈나무가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뒤에야 실천했다.
처음 이 베란다를 봤을 땐 뭔가 꾸미고 싶다는 욕구(예를 들면 집 안의 작은 카페)가 강했다.
전셋집에다가 선택권이 많지 않은 상황이 오히려 우리 집의 깔끔함을 업그레이드시켜줬다.
이래서 행복은 언제나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캔, 플라스틱, 종이, 비닐 4가지 분리배출 통 말고는 우리 집에서 나가게 될 물건들이다.
민트색 바구니는 엄마에게 돌려줄 아이고, 나의 욕망으로 이사할 때 끌고 온 야외 테이블 세트는 얼마 전 당근했다.
모니터와 스팀다리미는 폐기물로 버려질 아이들이다.
안쪽 창고에는 캐리어, 남편의 작은 운동기구들이 전부다.
베란다는 주요 생활공간이 아니다 보니 쌓아두기 딱 좋은 공간이다.
그래서 베란다 정리 핵심은 물건의 양이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정리의 본질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다.
베란다뿐만 아니라 집정리를 잘하려면 필요 이상의 짐은 욕심이다.
하지만 내 동생처럼 필요한게 많다고 생각한다면 당장 바뀌긴 어렵다.
대안이 있다.
그 때 그 때 제자리에 두는 것만 잘해도 된다.
어느 순간, 사고 싶고 갖고 싶은 욕망보다 물건에 내가 얹혀사는 기분이 싫어진다면 그 때 제대로 실천하게 될 것이다.
결론은 동생아, 깨끗하게 살고 싶은 너의 욕망이 더 더 더 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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