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을 펼치며
어느 쌀쌀한 가을날 이었습니다.
그날도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산발이 된 머리, 군데군데 뚫어진 옷... 걸인의 행색을 하고 있으며 표정은 없었습니다.
그날따라 그 사람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어떤 과거가 있었고 알지 못할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탐구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아동문학에 몸을 담그며 그 진중한 무게에 가끔은 휘엉청거리기도 합니다.
대상이 주로 어린이니까요.
쉽게 적을 수 없고
함부로 담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요.
어느 가을날 보았던 그 사람은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부디 꽤 괜찮은 미래 속에 지내고 있기를 바라봅니다.
작품 [온유의 자리]는 2023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동화 장편 발표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선정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발표할 수 있어서 뜻깊게 생각합니다.
[온유의 자리]와 단편 '마법샴푸', '카쥬의 보물창고'를 함께 실어서 브런치북을 발간합니다.
두 단편은 판타지로 제가 등단할 때 수상했던 작품들입니다.
다시 읽어보니 어설픔과 미숙함이 간간히 보이지만, 어쩌면 이때의 작품에 저의
가장 따뜻했던 순간이 담겨있으리라는 생각에 함께 엮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따뜻한 작품을 잘 풀어내도록 해보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독자님, 환영하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