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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씀 Apr 26. 2024

우연의 만남 그리고, 밤. 그 후.

역시나 하늘거린다.


달큰한 향내가 도톰한 입술 사이로 쌔액쌔액 소리를 내며 뿜어져나온다. 잘 익은 귤을 절반 갈라 한껏 움켜쥐면 손틈새로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넌 금방이라도 울컥거릴 것 같지. 발갛게 달아오른 광대는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달뜬 모양새를 하고, 어깨 위 간신히 걸친 티셔츠는 나풀거리며 젖어들어간다.


푸우..............


숨을 삼켰다가 토해내는 소리가 꼭 바람 빠진 풍선 같았다. 느닷없는 그 소리에 어찌나 웃음이 터졌던 건지, 한참동안 웃고 나서야 다시 네 얼굴이 보였다. 그림자가 깊게 드리운 눈두덩, 볼록한 코, 복숭아빛 입술 옆 깊게 자리 잡은 볼우물,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너.


“꼴깍.”


고요한 방 가운데 침 삼키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둘이 비워낸 술병은 도열해있고, 편의점에서 사 온 오렌지 주스가 탁자 위에 놓여있다.


“시빌 워 봤지?”

“응. 봤지.”

“거기서 앤트맨이 그러잖아. 누구 오렌지 있냐구.“

”그랬었나?“

”그게 걔들이 잔뜩 싸우고 지친 상태라 에너지 채울 게 필요해서 달라고 한 거래.“

”근데 우리가 뭐 싸울 일이 있냐?“

”아니 뭐. 술 마시면 갈증도 나구. 또 어쩌면?“

”어쩌면?? 뭐.“

”아잇. 몰라. 됐어.“

”큭큭. 너 이럴 때 보면 귀여워.“

”뭐래.“


어색한 웃음이 이어지다 끊긴다. 막차는 진작에 끊겼고 저 멀리 오토바이 소리만 들린다.


“자고 갈 거야?”

“응. 너 안 입는 옷 좀 주라.”

“난 거실에서 자면 되니까 방에서 자.”

“야. 누나가 무서워? 해치지 않아.”

”날 뭐로 보고. 혼난다“

”아유. 다 컸어요? 얼마나 컸는지 봐봐.“


다시 어색한 공기가 감돈다.


새벽 3시.


“...영우야. 자?”

“아니, 잠이 안 오네.”

“나 잠 안오는데, 이리 와서 머리 좀 만져줘.“

”으휴..거봐. 술 많이 마시지 말라니까.“

”마실 수도 있지. 읏차. 휴. 이제 좀 낫다.“

”아. 술냄새. 주스는 더 안 마셔도 되는 거야?“

”응. 야. 그런데 넌 진짜 거실에만 있냐. 바보냐.“

”누가 누굴 보고 바보래. 여기 물 좀 마셔.”


물 마시는 소리가 둘 사이에 끼어든다. 그리고 영우가 설화의 머리카락을 넘기는 소리가 드문 드문. 이윽고 영우의 손이 설화의 어깨로 떨어진다. 입맞춤이 이어지고 시계 초침이 째깍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설화가 느슨하게 입고 있던 티셔츠는 침대 바닥으로 툭 떨어지고, 가장 낮은 조도로 켜놓았던 무드등 위로 둘의 그림자가 겹친다. 그림자는 여러번 포개지다 멀어지고 한참 떨리다가 정적. 하나였던 그림자가 다시 둘로 나뉜다.


”몇시야?“

”네시. 첫차는 아직 멀었어. 더 자.”

“응. 안아줘.”


푸르스름하게 동이 튼다.


“후아아암”

“크크크큭. 영우야. 너 입 찢어지겠어.”

”야. 하품이 안 나오고 배기냐. 어우. 피곤해.“

”우리 영우. 힘 써서 피곤해써요???“

”흐즈므르...“


설화는 영우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짓궂게 놀려댄다. 창밖으로 햇살이 들어와 둘을 비춘다. 옷 한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둘. 암  것도 입고 있지 않지만 어색하지 않다. 영우의 티셔츠를 집어 입고선 설화가 장난을 친다.


“영우야. 이것 봐봐. 이거 진짜 하의 실종 아니야?“

”어. 너 그거 같아. 바바리맨.“

”우씨. 야 섹시하다고 못할 망정. 뭐 바바리맨?“

”섹시는 무슨. 야. 안설화. 옷 늘어져.“


한참을 옥신각신. 그러다 다시 겹친다. 재잘대며 웃다가 장난스레 코를 깨물고 다시 입술. 그리고 혀. 말캉하고 촉촉하다. 살갗을 부비는 게 둘에겐 하나의 놀이가 된다. 약속이나 한 듯 다시 누워 서로 마주보고선 입맞춤을 이어나간다.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둘의 몸을 서로를 찾아간다. 깊숙히. 깊숙히. 더 깊숙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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