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집에 있다가 기침이 잦아지면 꼭 청소를 한다.
방에 널부러져 있는 옷가지들을 걷은 다음, 대야에 넣고 발로 꽉꽉 눌러 애벌로 빤 뒤 세탁조에 넣고 돌린다. 대략 한시간 정도 세탁기는 제 할일을 하고 나는 그 시간에 큰 곰솥에 식기들을 죄다 넣고 팔팔 끓이고, 방 안에 숨어있던 먼지를 한 녀석씩 찾아내 걸레로 훔쳐낸다. 먼지는 사람이 머무르는 곳엔 필연적으로 따르는 것이라, 청소를 하다보면 내가 이렇게 먼지 많은 공간에 있었음을 실감한다.
소독한 그릇들을 한김 식힐 동안 냉장고에 있던 묵은 음식들도 정리하는데, 그 양이 들쑥날쑥한 편이라 적게 나오면 안도를 하고 많이 나오면 허비한 식재료가 아까워서 먹을 수 있는 부분은 남기고, 군내가 나는 것들은 와르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보낸다. 방과 냉장고, 부엌을 정리하다보면 세탁기가 오물을 뱉어내고 제 할 일을 마쳤다며 날 부른다.
셔츠와 바지는 탁탁 털어 옷걸이에 건 다음 건조시키고, 수건과 양말, 속옷은 건조대에 널어둔다. 욕실 청소까지 마치면 두어시간이 훌쩍 지나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하는 탓인지 먼지가 쌓여있는 모습이 눈에 떠올라 고개를 절레 절레 젓는다.
사람이 머무르는 자리에는 이렇게나 많은 먼지와 때가 쌓인다. 사람이 사람에게 머무르는 자리엔 추억이 쌓인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 추억은 나풀거리는 먼지처럼 구석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고보면 유독 사랑이 남은 자리엔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는 듯한 풍경이 그려진다. 파스텔톤보다는 조금 덜 따사롭달까.
어쩌면 사랑이 남은 자리엔 사랑 먼지가 가득 앉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