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 위에선
모든 것이 낯설었다
언제부터인가 눈 속 깊이 묻혀 있던 이름
비명처럼 사라져가는 목소리들
나는 한 번도 불러보지 않은
단 한 줄의 기도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망각은 빛을 삼키는 짐승
벽에 기대어 흔들리던 그림자마저
내 것이 아닌 듯 흩어졌다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
손에 쥐었던 흙
그 속엔 차갑고 낯선 뿌리만 남아 있었다
밤은 깊었고
머리칼 사이로 새어드는 침묵은
서늘하게 나를 스쳤다
불빛조차 잠든 거리에서
나는 두 번 다시 잊을 수 없을
기억의 문턱을 지나쳤다
아
망각은 끝이 아니라는 것
그 맨 끝에서 또 다른 나를 마주칠까 두려워
나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