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이 되는 길
지난 2021년 12월 1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제24회 주택관리사(보) 2차 시험 합격자 1,610명을 발표하였다. 이는 1년 전에 치러진 제23회 시험 합격자 1,710명보다 100명이 줄어든 규모였다. 이번 시험은 그동안 줄곧 절대평가로 합격자를 결정하던 방법을 2020년 23회 시험부터 고득점자순으로 결정하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바꾼 이래 치른 두 번째 전형이었다. 일자리에 비해 공급인력이 과잉이라는 업계의 지적에 따라 정부가 선발인원의 조절 필요성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수험생들은 합격자 결정방법이 이처럼 상대평가로 바뀜에 따라 관문이 더 좁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앞으로 합격자 수는 주택공급 물량을 고려하며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격자들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50대가 48%(775명)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40대 27%(441명), 60대 이상이 15%(247명) 순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만 집계하면 총 1,022명에 달하며 전체 합격자의 63%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합격자 대다수가 고령층에 쏠리는 것은 이번에만 나타난 특기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 사실 매번 관찰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정년에 가까워짐에 따라 저마다 인생 2막의 재취업을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한 단면의 모습일 것이다. 노후대책의 하나로 관리소장직을 생각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령층 합격자 중에는 군인 장교, 경찰, 은행 지점장, 교사, 공무원, 공기업 간부, 대기업 간부 등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도 참 많다. 그렇지만, 초보 관리소장으로 재취업하여 업계에 진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대체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막막한 상황에 직면하기 일쑤다. 세상의 일이 그렇듯 한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니 그렇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인내심을 갖고 좀 길게 내다보고 가면, 언젠가는 인연이 닿는 곳이 나타날 것이라는 긍정적 사고가 바람직하다.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사실 그것이 올바른 방법이기는 하다. 우선 가입비를 내고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다. 회원가입 시 가입자가 자격증이 있는 적격자라는 사실을 서류로 입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무나 가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검증된 유자격자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당연한 일이다. 회원이 되면, 협회 홈페이지에서 전국에서 올라오는 아파트,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의 구인정보를 무료로 볼 수가 있다. 사실 관리사무소 직원 구인정보는 여기가 가장 많고, 정확하다. 거기에 기재돼있는 이메일 주소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전송하는 방법으로 지원을 하면 된다. 하지만, 지원서를 수없이 보내도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은 거의 오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 얼마나 실망스러운 일인가. 이유는 지원자가 초보, 그것도 이제 막 소장직에 도전하는, 경험 없는 왕초보라는 사실이다. 역지사지로, 실무경력을 보고 뽑는 것이 일반화된 업계의 채용 관행에 비춰보면,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러한 시도가 마치 굳게 닫힌 금고의 번호키를 이리저리 돌려 맞춰보며 운 좋게 열리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곤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낙관적 태도를 견지하더라도 실무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가 이처럼 메아리 없는 지원을 무한정 계속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겠다는 결론을 내려야 했다. 그렇다고 이런 노력마저 아예 안 하면 안 된다. 결실이란 무수한 노력과 시간의 투자로 쌓이고 축적된 결과로 맺어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되고, 언젠가는 기회와 인연이 닿는 순간이 찾아오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
관리소장에도 급이 있다. 주택관리사보(輔)를 달고 하는 소장이 있고, 꼬리(보)를 뗀 주택관리사 소장이 있다. 보(輔)란 보조, 또는 보좌한다는 뜻이고, 엄밀히 말하면 주택관리사보는 자격시험에 합격하였다는 증서일 뿐 자격증이 아니다. 3~5년의 실무경력을 쌓고 인정(확인)을 받아야 비로소 보를 떼고 시장·군수·구청장으로부터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교부받게 된다. 이처럼 급이 다른 만큼 일하는 곳도 다르다. 주택관리사는 단지 규모와 상관없이 어디에서나 관리소장을 할 수 있지만, 주택관리사보는 500세대 미만인 중·소규모 단지에서만 소장을 할 수 있다. 주택관리사의 의무적 배치와 구분에 관한 사항은 제반 주택관리업무의 처리기준과 더불어 공동주택관리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이 적용되지 않는 건축물이라면 설령 주택관리사 자격이 없더라도 관리소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대개는 전기자격증(기사, 산업기사 등) 소지자가 관리소장을 담당하는 사례가 많다. 주택을 포함한 모든 건축물을 관리하는 데 있어 전기안전관리자 선임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주택관리사 자격증만을 가지고는 오피스텔이나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 집합건물의 관리소장으로 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주택관리사보가 주택관리사로 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이미 주택관리사보인 사람은 50세대 이상 500세대 미만 관리사무소장 근무경력 3년 이상이거나, 공무원·공공기관(한국토지주택공사, 지방공사) 또는 관리업체 직원으로서 주택관리업무 종사경력 5년 이상인 경우, 소관 시장·군수·구청장이 그 경력을 인정하고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교부해준다. 또 50세대 이상인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일하는 사람도 근무경력 5년 이상이면 주택관리사가 될 수 있다. 다만, 관리사무소 직원 중 경비원, 미화원, 소독원은 제외되므로 참고할 사항이다. 이와 같은 소정의 경력만 있고, 아직 자격시험을 보지 않은 경우라면 추후 합격증을 받은 다음, 소관청에 근무경력을 제시하면 바로 주택관리사 자격증으로 바꿔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주택관리사보를 포함한 주택관리사의 수급 현황은 어떨까. 수요처는 주택관리사(보)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각 아파트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이고, 채용은 관리업체가 담당한다. 공급처는 국토교통부이며, 위임에 따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발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이제 그 현황을 살펴보자.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이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의하면, 2021년 말 현재 전국의 의무관리단지 수는 총 17,625개로 나타났다. 그중 서울(2,510개), 경기(4,663개), 인천(868개) 등 수도권은 8,041개로 전체의 45.6%가 집중되어 있다. 즉 의무관리단지 기준 주택관리사 수요는 17,625명이다. 한편,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홈페이지에 의하면, 2021년 말 현재 누적 합격자 수는 61,995명이다. 1990.3월 제1회부터 2021.12월 제24회까지의 총합격자 수이므로 실제 활동 가능한 사람은 그보다 적은 것으로 보아야 맞을 것이다. 그런데 협회 홈페이지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배치된 주택관리사(보 포함)는 총 18,285명으로 나타났다. 의무관리단지 수보다 배치인력이 660명 더 많은 것은 각 현장의 개별적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 종합하면, 수요량에 비하여 배출된 인력이 3배가량 많은 상황으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자격증 소지자의 약 30%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자료에 의한 배치인력 현황을 보면, 주택관리사가 15,165명으로 82.9%, 주택관리사보는 3,120명으로 17.1%를 각각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관리소장 10명 중 주택관리사보는 채 2명 이하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주택관리사가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하니, 주택관리사보를 딴 초보자에게 취업의 문은 바늘구멍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어떻게든 실무경험을 쌓아 주택관리사가 되어야 그나마 좀 더 큰 문 앞에 다가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중 가장 큰 경쟁력은 경험과 실무능력이다. 관리소장은 공식 채용 과정을 거치기보다 개별적인 알음알음 인맥을 통해 취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실무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선호하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요구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끝으로, 각 단지가 선택하는 주택관리 방법에 따른 배치 현황을 보자. 자치관리단지에 2,575명, 위탁관리단지에 15,710명(85.9%)이 종사하고 있다. 고용방식은 관리방식에 따라 다르다. 자치관리단지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관리사무소장을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로 직접 선임하고, 관리사무소장은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관리주체가 된다. 반면, 관리업무를 주택관리업체에 의뢰하는 위탁관리방식의 경우에는 주택관리업체가 관리주체가 되어 관리사무소장을 뽑아 임명한다. 이러한 주택관리업을 등록한 사업자는 2021년 말 현재 911개에 이르고 있다. 통계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 단지의 대부분은 위탁관리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관리방식을 선택하더라도 관리사무소장을 채용하는 실질적 권한은 입주자대표회의가 행사하게 된다. 위탁관리업체가 구인공고를 하고 후보자를 추천하더라도 최종 오케이(OK!) 사인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받아야 하는 것이다. 입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체의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이고, 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급여를 직접 지급한다는 점에서 보면, 그 권한 행사가 인사개입이라는 빌미가 되어 잘못된 관행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렇다면, 위탁수수료를 받는 관리업체의 마땅한 역할은 무엇인지, 관리사무소장의 채용방식은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궁극적으로 효율적인 주택관리방식은 무엇인지 차차 짚어봐야 할 점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