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 인간관계에 대해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
입사 전의 나는 주로 백이면 백 'ENFP'가 나왔으나, 최근에는 찐 'INFJ'로 살고 있는 나는 6년 차 직장인이다. 엄밀히 말하면 중간에 한 번 이직은 했다. 각기 다른 직장에서 2년, 3년을 보냈다. 몇 개의 회사와 여러 팀에 속해본 다년간의 경험으로 파악하기를, 'NF'유형의 사람들이 전부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감성적이고, 다른 사람의 웃는 말속에 숨겨진 날카로움을 기민하게 캐치하는 경향이 있다. 가끔 말속에 칼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하는 말에 어떤 의도를 담는 사람들. 주로 목적은 본인을 방어하면서 교묘하게 다른 사람의 책임처럼 보이도록 하는 말발을 세우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과는 바로 선을 긋는 편이다. 필요한 접촉 이상의 접촉은 하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은 말도 꺼내지 않는다. 나는 말실수가 잦고, 가끔 나를 기분 나쁘게 하더라도 진심을 보여주는 사람이 좋다. 자기가 실수했으면 제가 '이 부분을 실수했는데 이렇게 해결해 보도록 하겠다'라고 고백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일로 얽히고 얼굴 붉힐 일이 많은 회사동료를 향해 단전 깊숙한 곳에서 진정 사랑을 보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보고 또 오래 보다 보면 어느새 고민하는 옆얼굴이 귀여워 보일 때가 있다. 자리에서 딴에는 조용하게 먹는다고 과자를 와그작 씹고 가만있다가 재차 와그작 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질 때가 있다.
그러나 딱 그 정도, 아무리 귀엽고 정이 가더라도 회사 동료에게는 딱 그 정도의 마음만 주는 것이 좋다. 진심을 다 내어주다가는 언젠가는 그 사람이 내 이야기를 했다는 걸 듣고 마음을 굳게 닫아버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그저 애매한 관계였다면 별 일 아닌 듯 넘겨버렸을 일 가지고 며칠 밤을 지새우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업무 상 필히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 사람을 대하는 내 마음이 불편해서 몇 번이고 용기를 내고 다가가 태연한 표정을 겨우 지으며 말을 이어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때로는, 영혼의 단짝이라는 생각이 들어 퇴근 후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고 싶었던 동료가 사실은 내 이야기를 나보다 더 친한 동료에게 전하고 있다는 걸 알아버리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회사에서 사적인 친밀감은 필히 한 번 이상은 공과 사에 불편함을 가지고 온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명확했으면 하고 바랐었다. 모든 사람이 내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면 마음이 불편했다. 그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이 흥미 있어할 만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말을 꺼냈다. 그런데 세상은 0 아니면 100 이런 극단의 영역이 결코 아니었다. 39정도의 관계가 가장 베스트인 영역도 있다. 이를테면 회사 동료를 대하는 나의 자세 같은 것. 애매한 사이는 항상 '선'이 있다. 선은 서로 예의를 지키게 하고, 알고 싶지 않은 것을 그대로 알지 않아도 되게 해 준다.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 서로의 영역에서 깔끔하게 공조하고 또 흩어질 수 있다. 돈 벌러 만나 안 그래도 머리 아픈 공간에서 고민을 조금이라도 더는 최고의 방법은, 39정도의 선을 지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절대로 주의할 점은 귀여운 사람들은 기억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은 언제나 귀하기 때문에, 다른 팀이 되거나, 둘 중 하나가 퇴사를 한다면 그때서야 꾹꾹 참았던 마음을 조심히 고백한다. '나랑 진짜 친구 안 할래?' 정글 같은 회사에서 애매함을 견디는 나름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