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쩔기자 Jul 13. 2022

아는 '오빠' 개똥이

[산업부 어쩔기자 일지④]

금융업계에 아는 '오빠'가 있다. 이 사람을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할까?     

아는 '오빠'는 나보다 한 살 많다. 내가 기자 3년차 쯤 만났으니, 알고 지난 지도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아는 '오빠'의 정칙 호칭은 '개똥 씨' 였다. 취재원으로 만났으니 꼬박꼬박 존댓말. 개똥 씨와 첫 만남을 함께 가졌던 후배 남자 기자는 첫 만남 이후 '개똥 씨'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지냈다. 아, 나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리고 만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 이제야 서로 말을 놓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개똥 씨'의 호칭이 고민되기 시작됐다.      


말을 놓은 상황에 '개똥 씨'라고 계속 부르기로 이상하고, 

한살이 많은데 '개똥아'라고 부르기도 뭣하고, 

그러면 '개똥이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데,      


뭐? 오빠?     




"소똥이 차장은 기자들한테 그렇게 오빠라고 부르고 다니더라고요. 뭔 오빠가 그렇게 많은지."     


한 기업 홍보실 남자 차장이 여자 소똥이 차장이 없는 자리에서 소똥이 차장 뒷담화를 늘어놓는다. 요지는 소똥이 차장이 남자 기자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데 그들에게 그렇게 "오빠, 오빠"한다는 것.      


사회생활에서 맺어진 관계에 남자들이 '형님, 형님'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데, 

여자들이 '오빠, 오빠'하면 왜 이상하게 들리는가.      


주니어 기자 시절, 선배가 "오빠라고 불러!"란 말을 수십 차례 반복했던 경험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앞에 있던 술잔을 얼굴에 확 끼얹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지금이야 "그거 성희롱이에요! 한번만 더 하시면 진지하게 회사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정색하며 이야기 했겠지만,      


어린 맘에 속병만 했던 그 시절,      


난 왜 선배의 '오빠'란 소리에 그다지도 분노했던가.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르니 개똥 씨를 개똥이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사뭇 망설여진다.     

아, 여자든 남자든 그냥 형님으로 통일하면 안 되는 건가요. 기자 선배들에겐 선배라 부를 수 있어 그나마 다행.      


오빠를 오빠라고 부를 수 없는, 

그래서 아는 '오빠' 개똥이의 호칭은 여전이 애매하다. 

이전 03화 좀 차려입는 게 어때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