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쩔기자 Jul 18. 2022

낼모레 마흔, 여전히 방황중

[산업부 어쩔기자 일지⑥]

"넌 얼마나 더 기자생활 할 수 있을 것 같아?"     


점심시간, 광화문 인근서 언론사 입사 준비를 같이 하던 동갑내기 개똥이 기자를 만났다.      


14년 전이었다. 개똥이와 처음 만난 것은. 우리는 관악산 산자락 인근에서 주 5일을 만나 신문 스크랩부터 글쓰기 연습까지 꼬박 1년을 함께 했다.      


"우리 꼭 현장에서 만나자!"     


20대 풋풋했던 어린 기자 지망생은 어느덧 13년차 기자가 됐다.      

어렴풋 우리는 알고 있다. 현장에서 취재 기사를 쓸 날이 쓴 날보다 길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어쩔기자: 너희 회사엔 여자 데스크 많아?

개똥이 기자: 그래도 우린 좀 있는 것 같아. 예전 보단 많이 늘었지.

어쩔기자: 우린 문화부에 딱 한 명밖에 없는데. 뭐, 난 데스크가 된다고 하더라도 데스크

로 일 할 자신도 없고.      


언론사에서 차장을 거쳐 부장으로 승진할 연차, 누군가는 운이 좋아(?) 데스크를 달고, 또 누군가는 선임기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다른 업을 찾아 기자 일을 그만 둔다.      


언론계에 여자 기자들의 위상이 많이 올라왔다고는 하나,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자랑하는 언론계에서 여자 기자들이 위로 올라가긴 쉽지 않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으로 회사를 쉬었던 기간과 아이들 때문에 출입처와의 저녁자리를 자유롭게 하지 못 했던 상황들을 조직에선 어떻게 받아들일지.      


골치 아픈 데스크는 뭣 하러 달아? 하다가도

기자 일 안하면 그럼 뭘 해야 하지? 하다가도

어휴, 됐어. 경력 있는데 뭐라도 하겠지. 하는.     


오락가락 하는 미래에 대한 계획과 생각들을 개똥이 기자와 나누다 방황하는 마음은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자는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부터 '어떤 기자가 돼야 할까?' 하는 아주 윤리적인 고민까지.      


그 때야 기자에 대한 환상 속에 거대한 꿈을 안고 큰 그림을 고민을 했다면, 그 환상이 일찌감치 산산 조각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현 시점에선 아주 아담하고 현실적이 고민들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아, 이제 애들 학교 들어가면 돈도 많이 들 텐데 박봉을 받으면서 계속 기자일 해도 될까?

이미 야무진 기자들은 변호사 자격증이다 전문대학원이다 전문성을 다 키워놨던데 내 전문성은 대체 어디에?

아, 일 좀 없는 부서 가서 좀 편하게 일 해 볼까?     


결론이 나지 않는 이런 저런 고민 속에 유일하게 나는 결론은     


평생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는 것.      


10년 넘는 시간 동안 기자 일을 하며 글 쓰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고, 삶 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치가 됐다. 글 쓰는 일이 일상이고 현실의 돌파구이며 밥벌이가 됐을 바에야 결국 기승전 '글 질'밖에 없다.      


20대의 푸릇푸릇했던 젊음은 희미해지고, 머리엔 새치인 듯 흰머리인 듯 보이는 것들이 듬성듬성한, 낼 모래 마흔!     


우리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이전 05화 상사 얼굴 보지않고 일한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