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쩔기자 Jul 22. 2022

상사 잔소리 대처법

[산업부 어쩔기자 일지⑧]

오전 7시 40분, 부장에게 전화가 온다.      


띠링띠링~ '개똥이 부장'     


"여보세요?"      


잘못한 것 없이 괜히 졸린다.      


7시 반 일보 제출. 그 날 어떤 이슈가 있고, 어떤 기사를 쓸 것인지 부서 카톡방에 올린다.


8시 언저리 데스크 회의. 그 직전 데스크들은 기자들이 올린 일보를 취합하고, 기자들과 일정과 발제를 조율한다.


데스크가 전화를 할 지 모를 7시반과 8시 사이, 기자들에겐 그 때가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다.      


만약 제대로 된 발제를 올리지 못 했을 경우, 기자를 대하는 데스크의 유형은 다양하다.           


유형1. 개소리 반복형

"야! 너 발제를 이따위로 내면 !@#@$%#@$^ 블라블라블라블라. 말이 나왔으니까 말이지 출입처 관리는 어쩔 저쩔 블라블라블라블라................" (말 안 나왔으면 어쩔뻔)     


유형2. 간접 강요형

"네가 쓰고 싶지 않다면 뭐 꼭 쓰라는 건 아닌데, 그래도 블라블라블라블라. 회사의 스탠스라는 것도 있고 네가 차장이니까 블라블라블라블라........" (이럴 줄 알았어. 이러려고 차장 달아줬지?)


유형3. 상상 속 신사형

"방향을 이런 식으로 써 보는 건 어떨까? 이 부분이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대체 어디 계신가요?)


유형4. 소심 뒤끗형

........................ (아무 말 없이 마음 속에 쌓아뒀다 인사고과 개판으로 주는 형. 입 뒀다 뭐해? 차라리 말을 해!)



이외에도 데스크의 유형은 다양하다.      




"야! 어제 이렇게 중요한 이슈가 있었는데 놓치면 어떡해? 사진 기자라도 보냈어야지!"     

데스크가 아침부터 전화한 이유는 중요한 이슈 대응을 놓쳤기 때문이었다.      


이슈 대응 부분은 아무리 데스크 유형을 탓하며 빌미를 찾아보려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잘못.      


취재 방향에 대한 데스크의 지시야 취재기자로 "이게 더 중요하죠!" 하며 우길 수나 있고,


내일 쓸 기사를 오늘 쓰라고 독촉한다면 "오늘 중으론 취재하기 어렵습니다!"라는 말로 돌파 시도를 해볼 수나 있지만,


취재기자가 그날 자신의 나와바리에 중요한 이슈를 놓쳤다는 것은 유구무언의 직무유기다.      


담당하는 출입처가 이렇게나 많은데 취재 기자 두 명으론 다 커버 못 하고요,

것도 어린 기자 한 명 후배로 딸랑 하나 붙여주면서 이 광범위한 이슈 다 대응 못 하고요,


굳이 따져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죄송함 뚝뚝 톤)죄송합니다."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한다.      


조직생활을 하며 터득한 가장 빠른 상황 종료법이다.     




데스크 전화를 끊고 내가 놓친 사안에 대한 기사를 찾아본다. 비슷한 야마의 기사들이 줄줄이 딸려온다.      


취재기자로 중요한 이슈를 놓치면 데스크는 하늘이 두 쪽 난 것처럼 분노하지만,

나 하나 기사를 쓰지 않았다고 하늘은 두 쪽 나지 않았을 뿐더러


나 말고도 다른 매체에서 비슷한 톤의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수두룩 빽빽 인 현실.      


기자가 그날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개떼 몰리듯 기사를 올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문득 오늘 올린 발제가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이전 07화 어디서 배워먹은 선배갑질 후배갑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