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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쩔기자 Jul 25. 2022

MBTI 'I' 성향입니다만, 기자일합니다

[산업부 어쩔기자 일지⑨]

"저는 'E'성향이라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기자가 됐어요."     


개똥이 후배와 점심자리,      

후배가 기자가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기자가 됐다고.      


'아, 넌 사람 만나는 게 좋구나. 난 사람 만나는 게 정말이지 지긋지긋했는데...'      


기자 중엔 내향적인 'I' 성향의 기자도 있고 외향적인 'E' 성향의 기자도 있다.      


기자는 사람을 만나는 게 일이고, 알지도 못 하는 사람을 만나 얼굴부터 들이미는 것이 주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I'와 'E'로 굳이 따지자면 'E' 성향의 사람에 더 잘 맞는 일이 아닐까.     


내 MBTI로 따지자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달라진 적 없는 'I'다.      




학창시절 외향적이고, 주변에 친구가 많고, 활달하며, 명랑한 'E' 성향의 친구들을 보며

'아, 나도 'E'이고 싶다...' 는 심정으로 MBTI 검사를 할 때마다 'E' 쪽에 가까운 답변을 체크했다.


자신의 성향을 부정하고 싶은 눈물겨운 노력에도 결과지는 번번이 'I'. 이런 제길!     


기자가 된 이후에도 가장 부담이 됐던 것은 기사를 쓰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닌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할까?      


막연한 두려움이 부담이 되고 부담감이 나 자신을 짓누를 때 쯤, 기자 일을 포기해야하나 싶기도 했다.      


전화 취재를 위해 질문을 잔뜩 써 놓고도, 통화 버튼을 누를 때까지 수십 번의 머뭇거림이 이어진다.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모여 있는 기자간담회장, "이제부터 Q&A가 시작됩니다. 질문을 하실 기자님들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란 말에 주목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난 '질문, 할까? 말까?'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간신히 손을 들었다.     




'I' 성향으로 버거운 기자 일을 짊어지고 지나온 20대의 기자생활. 어떤 일이건 10년 넘게 하면 그 일에 맞춰 사람이 변하더라.      


10년 넘게 취재원을 만나 기자 명함을 건네며 질문하길 부지기수. 무수한 만남과 질문과 대화 속에서 'I '성향의 기자는 누굴 만나더라도 자연스럽게 말을 건넬 수 있는


'I'인 듯 'E'인 듯, 그 무엇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애매모호 한 성향의 사람이 돼 있었다.    

 

"저도 10년 넘게 홍보 일을 하니까 그냥 누굴 만나든 어떤 말이건 몇 시간 동안 쏟아낼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집에 가면 입을 닫아요. 회사 동아리요? 그런 걸 왜 해요. 일로 사람 만나기도 피곤한데."     


나와 같은 'I'성향의 홍보실 한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격한 공감을 다.     


당신도 나와 같군요. 쉽지 않았어요.    


기자로 사람 만나는 일이 낡은 옷을 걸치듯 편한 일상이 된 어느 날,

한 사람의 성향 보다 위대한 밥벌이의 위력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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