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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쩔기자 Jul 20. 2022

어디서 배워먹은 선배갑질 후배갑질

[산업부 어쩔기자 일지⑦]

"후배들에게 단독거리 많이 던져주는 선배가 좋은 선배 아닌가요?"     


꼬맹이 기자 시절부터 알아온 개똥이 후배와 함께하는 술자리. 

선배 욕을 하며 동료애를 키워온 우리는 이제 선배 보단 후배가 많아진 시니어급 연차가 됐다. 


술자리의 화두는 '어떤 선배가 좋은 기자 선배인가!'.      


개똥이 후배가 생각하는 좋은 선배는 단독거리를 많이 물어다 주는 선배. 단독 욕심을 꾹꾹 눌러 담아 후배에게 양보할 줄 아는 배려심 있는 선배다      


"그건 좀 아니지 않아?"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기자일을 하며 많은 선배들을 거쳐 왔다.      


기사 하나 고쳐주며 온갖 히스테리를 퍼부었던 선배. 그래도 뭐라도 도움이 됐으니 히스테리 정도야 들어주지요.      


단독거리를 던져주고 취재와 기사 작성을 모두 떠넘기고, 기사를 올리면 자기 이름을 바이라인 앞에 다는 선배. 주로는 일을 하지 않는 선배 유형이지만, 그나마 뭐라도 도움이 됐으니 이것도 감사해야죠.      


자신의 취재원을 꽁꽁 싸매고 '내 밥 그릇 절대 안 뺏겨!'란 각오로 취재원 연락처조차 공유하지 않는 선배. 그러면서 왜 저의 취재원 연락처는 그다지도 열심히 물어보셨나요.      


'너는 너, 나는 나!' 그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후배에 무관심한 선배. 경험해 보니 그게 가장 편하긴 하더군요.      


선배 일을 어깨너머로 배워야 하는 기자 일의 특성상, 후배는 선배 유형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물론 선배 갑질만 있는 것도 아니다. 후배 갑질도 있다.      


마치 고등학생이 선생님에게 대학가는 길을 설계 받듯 선배가 기사를 떠먹여 줄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후배. 


선배는 당연히 후배가 성장하는 데 책임이 있다는 듯 선배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는 후배. 


힘 있는 선배에겐 설설 기면서 정작 자신은 후배에게 갑질하는 그런 후배.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기자 세계에서도 완벽한 선배, 완벽한 후배도 없다. 

나 역시 어느 순간엔 선후배에게 배워먹은 '선배 갑질', '후배 갑질'이 스물스물 기어나오니.      


"사실 단독 기사거리를 후배한테 던져주면 그 때는 좋지. 그런데 사람 마음이 '난 이렇게까지 해 줬는데 넌 그렇게 밖에 못 해?' 가되더라고." 개똥이 후배한테 얘기한다.      


그래서 난 후배들과 함께 고민하고 취재해 기사를 키워나가는 기획기사를 좋아하는 편이다.     


젊은 후배 기자들은 손, 발이 빠르고 재빠른 취재력 면에서 경쟁력을 갖는다면 시니어 기자들은 사안을 큰 틀에서 볼 수 있고 맥락을 잘 잡을 수 있으니 기획 기사로 선후배가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선배가 후배에게 도움이 되고, 후배도 선배에게 도움이 된다면 선배 갑질도 후배 갑질도 자연스럽게 없어지지 않을까. 물론 단독 기사를 후배에게 내어주기 싫은 기자의 욕심에서 비롯된 절충안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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