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은 남겨도 밥은 다 먹어야 한다는 신조로 항상 내 밥그릇은 비었는데 후배의 밥그릇은 반쯤은 차 있다.
어쩔기자: 다 먹었니?
개똥이 후배: 네 선배~ 전 조금씩 자주 먹어요~
아 그래, 나도 들었어. 그게 다이어트의 정석이라더라...
기자에게 밥자리와 술자리는 비즈니스의 일환이다.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듯 밥상머리 취재가 가장 중요한 법. 취재원과 밥이라도 한 번 더 먹고 술잔이라도 한 번 더 기울이면 사이는 더 가까워질수밖에 없고, 추후에 전화로 취재하더라도 취재원에게 한 마디라도 더 끌어낼 수 있다.
그리고 팀장으로 팀원이 딸랑 하나라 그 어린 후배와 함께 점심 자리에 나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반짝반짝 자신을 잘 꾸밀 줄 아는 후배를 옆에서 보고 있자니, 내 젊은 시절을 반성하게 된다.
당최 꾸미는 것과 선을 그으며 지나온 젊은 날. 보수적인 언론 문화 속에서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이 일적으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부동산부에서 수습시절을 보내 내내 부동산과 건설현장을 쏘다녔던 수습기간. 함께 수습을 보낸 예쁜 내 동기 언니는 항상 구두를 즐겨 신었다. '아, 다리 안아픈가?' 동기언니를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항상 가장 편한 신발. 사실 신발도 몇 켤레 없었다.
술자리가 있는 날엔 꼭 바지를, 또 술을 마실 땐 '역시 여기자들은...'이란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빼지 않고 술 마시기.
그렇게 지나온 젊은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는 게 뭔데?
억지로 술을 마셔대지 않아도, 발로 부지런히 뛰면 충분히 좋은 기사를 만들어낼 수 있고,
뭇 남성의 마음을 흔들 출중한 외모도 소유하지 못 한 주제에 좀 차려입는다고 달라질건 없었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에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는 것도 비즈니스 예의의 일종일 텐데, 기자랍시고 청바지에 후즐근한 옷을 입고 다닐 건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