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걸 정할 때가 되었습니다.
“00씨는 플레이어인가요? 매니저인가요?”
얼마 전, 남편이 업무 멘토로 모시고 있는 사수분과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식사를 시작하자마자 그분이 대뜸 내게 던진 질문이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이제는 그걸 정해야 할 때예요.
어떤 역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커리어의 골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 질문은 나를 멈춰 세웠다.
지금 나는 어떤 길 위에 서 있는가.
앞만 보고 달리느라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질문을, 그분이 먼저 던져준 셈이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내 주변의 한 선배가 떠올랐다. 20년 차 BM. 팀장직도 경험했고, 매니징도 여러 해 해본 그 선배는 스스로 말하길, 플레이어였다.
“나는 매니징보다 플레이어 역할이 훨씬 즐겁고, 더 잘 맞아.”
그 말은 진심이었다. 20년이 된 지금도 그 선배는 여전히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뛰는 플레이어의 에너지를 보여준다.
반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니징이 더 맞는다. 사람을 키우고, 방향을 잡고, 조직을 설계하고,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일. 그 일에서 더 큰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결국 팀원을 이끌고, 팀을 이끌면서 더 큰 리더십을 향해 나아간다.
중요한 건, 정해야 한다는 것.
둘 중 정답은 없다. 다만, 어느 정도 실무가 익숙해진 연차라면. 내 능력으로 상사를 설득시킬 수 있는 시점에서는, 반드시 질문해야 한다.
나는 플레이어인가, 매니저인가?
나는 앞으로 팀을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현장에서 직접 만드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그리고 한 가지 더.
그 선택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일단 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라는 태도로는 부족하다.
커리어는 흐름이 아니라 설계다. 선택하지 않으면 흘러가고, 흘러가는 순간 내 방향을 남이 정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매니저의 길을 선택한다면, 작더라도 사람을 이끄는 경험이 필요하다. 2명, 5명, 10명 — 숫자를 늘려가며 나만의 리더십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조직을 두려워하지 말고, 책임을 피하지 말고. 그 경험이 쌓여 훗날 매니징의 발판이 된다.
반면 플레이어의 길을 선택한다면, 당신이 가진 능력을 누구보다 뾰족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은 결국 시장에서 당신의 가치가 된다. 어느 쪽이든 더 우월한 길은 없다. 중요한 것은 선택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일만 하면 안 된다.
우리는 매일 바쁘다. 눈앞의 요청과 데드라인과 회의에 파묻혀 살기 쉽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깨닫는다. 열심히 일하는 것과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일만 한다고 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방향 없이 달리는 것은 결국 제자리 뛰기다.
선택하지 않으면, 그저 흘러갑니다.
그리고 지금의 이 선택이, 앞으로의 5년 10년을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