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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에게) 매년, ‘올해의 미션’을 세워라

미션 없이 일하면, 1년은 그냥 사라진다

by 옹봉


양으로 승부해야 하는 때도 있다.

한 7~8년 차까지는 솔직히 그냥 닥치고 일했던 것 같다. 들어오는 일은 다 받아서 해냈다. 최대한 다양한 업무를 가능한 더 많이 해내는 것이 곧 성장이라고 믿었다. 넘치듯 많은 경험을 쓸어 담고, 몸으로 부딪히며 배우며, 실패해도 부끄럽지 않은 시기. 질보다 양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기였다.


이때는 미션이나 설계가 필요하지 않는 지도 모른다. 그냥 일단 많이 해보는 게 답이니까.


그러나 양의 시간이 끝나면 반드시,
방향 설정이 필요한 시간이 온다.

그런데 9년 차쯤 되었을 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 달리기만 하면 나는 어디로 가는 거지?"


일은 쌓이는데, 방향은 없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매년 "올해의 미션"을 세우기 시작했다.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번 Business Year에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 스스로 정했다. 올해는 무엇을 증명할 것인지, 내 커리어에 어떤 경험을 새롭게 더할 것인지를 말이다.


미션을 가진 1년은 다르게 흘러간다.


5년 간의 영업/리테일 사업부를 거쳐 6년 차에 마케팅으로 넘어왔고, 7년 차에는 국내 시장을 메인으로 메이크업 제품을 개발했다. 8년 차에는 그 제품으로 IMC 전략을 세웠다.


그렇게 미친 듯이 바쁘고 정신없는 8년을 달린 끝에, 처음으로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고민했다. 상품 개발은 충분히 해본 것 같으니 이쯤에서 다시 전략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상무님이 나를 설득했다.


"상품 BM으로서 국내만, 메이크업만 한 게 너무 아깝다. 스킨케어, 그리고 글로벌에서 한 사이클을 꼭 돌려보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설득된 나는 9년 차 미션을 이렇게 정했다.


영 안티에이징 신규 프랜차이즈를 미국 중심 글로벌 런칭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스킨케어 개발과 글로벌 운영 감각을 키운다.


이때부터가 내 <매년 미션>의 시작이었다.


미션을 세우니 그 해에 실행해야 할 것과 배워야 할 일이 분명해졌다. 내 업무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생기니 하루하루가 가시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세운 목표와 약속에 가까워지는지 체크하면서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보낸 한 해는 여느 다른 해보다 훨씬 더 깊고 풍요로웠다. 마치 수확을 하는 기분이랄까.


그때부터 매년 목표를 세웠다.


9년 차에 도전한 글로벌 스킨케어 프로젝트는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배움이 컸다. 그 배움을 기반으로 10년 차에는 개별 제품 단위를 넘어 하나의 프랜차이즈 책임지는 역할로 확장했고, 글로벌 권역에서 win하는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한 해를 보냈다.


미션을 세우다 보면 협상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작년.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여기서 더 배울 것이 남아 있는가?”


여기서 배운 것이 너무 많았지만, 1년을 더 있었을 때 어떤 미션을 세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 여기저기 offer가 들어오고 있었고, 새로운 환경이 내 커리어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흔들렸다.


이 고민을 팀장님에게 솔직하게 나누었다. 그랬더니 팀장님은 나에게 중간 연차로서 매니징/코칭 역할을 경험해 보는 미션을 제안했다. 나는 그 미션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나를 또 다른 장으로 이끌었다.


매년 스스로 미션을 세우고 실행하니 기회는 만들어졌다. 팀 목표뿐 아니라 내 커리어 관점의 미션도 함께 설정하면서, 미션이 보이지 않을 때는 팀장과 논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한 해 한 해의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데 직접 관여하고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회사 생활은 버티기의 연속이 아니라 내 인생의 챕터를 쌓는 시간이 되었다.




시니어들이여.


이제는 양으로 승부할 시기가 아니다.

매년, 당신의 미션을 정하라.

나는 올해 어떤 능력을 확장할 것인가

어떤 새로움을 배울 것인가

어떤 역할을 시도해 볼 것인가

무엇을 해냈다고 말하며 연말을 마무리할 것인가


미션 없이 일하면, 1년은 그냥 지나간다.
미션을 정하고 일하면, 1년이 내 편이 된다.


그리고 미션을 세운 사람에게는

팀장과 '협상할 수 있는 힘'까지 생긴다.


그 순간, 커리어의 주도권은 당신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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