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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마지막 사랑을 꿈꾸는 K씨의 <첫사랑이 그리운날>

by 커리어포유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바보도 사랑합니다~ 보내주신 이 사람~"

문득, 그가 생각났다.


앞서 걷던 사람 손에 장미꽃다발.

장미 백 송이를 품에 안았던 그날.

향기보다 진했던 건, 그의 사랑이었다.


과일 가게 유리 진열대

손님을 기다리는 과일바구니 하나.

그 해, 내 생일 선물도 과일바구니.


집 앞 산책로를 걸었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쉴 새 없이 오가는 바퀴들.

그 틈에 혹시,가 있진 않을까.


봄이면 벚꽃잎에,

가을이면 은행잎에,

나뭇가지에 피었다 지는 계절마다,

그가 다시 피어난다.


차마 버리지 못한 커플운동화.

오랜만에 꺼내보니

하얀 운동화에 때가 꼬질꼬질.


10년 동안 붙잡고 있던 비밀번호를 바꿨다.

0724.

사랑이 시작된 날, 사랑이 끝났다.


왜 그런 날 있잖아.

문득 첫사랑이 그리운 날.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런데 말이야.

그 사람이 그리운 게 아니라,

그를 뜨겁게 사랑했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리운 거였어.


온 마음을 다해
그 사람만 바라보던 나.


그토록 순수했고,
그토록 뜨거웠던 나.


그 사람을 보내고,

그 시절의 나를

조용히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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