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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ISTJ인 K씨의 <이유없이 눈물이 흐르는 날>

by 커리어포유

할 일 없는 평일 오전.

무심코 리모컨을 눌렀다.

우연히 다시 만난

드라마 '도깨비' 마지막 회.

"너무 오래 마음 아파하지 말고 또 만나러 올 거니까.

잘 기다리고 비 너무 오게 하지 말고..."

지은탁의 마지막 부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잠시 들른 편의점.

이승철의 '서쪽하늘'이 흘러나온다.

"비가 오는 날엔 난 항상 널 그리워해

언젠간 널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비도 오지 않는데

내 눈에서만 빗물이 흐른다.


길을 걷다

나뒹구는 구겨진 캔 하나에

시선이 멈췄다.

누군가의 마음도

저렇게 구겨져있을 것 같아

괜히 마음이 저려온다.


sns에서 본 한 장의 사진.

멈춰버린 손목시계.

끝내 꺼내지 못한 말이 멈춘 자리 같아

이유 없이

코끝이 시큰해졌다.


휴대폰 사진첩을 뒤적이다

하이볼을 마시며

붉은 조명 아래 활짝 웃고 있는 내가 보였다.

그 시절의 나.

그 시절의 마음.

그립다.

참 많이.


왜 그런 날 있잖아.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가슴이 저려오고

자꾸만 눈물이 나는 날.

오늘이 그런 날이다.


그런데 말이야.

그런 날의 눈물은

묵은 마음도 함께 씻어가더라.


가끔은, 울어야 산다.
가끔은, 눈물 덕분에 버틴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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