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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말'보다 '숨'이 먼저다

스피치의 기본기 - 호흡 편

by 커리어포유


말을 잘하고 싶은데 뭐부터 연습해야 할까요?


스피치 강의 때 자주 듣는 질문이다.
대부분은 화려한 표현, 멋진 문장, 자신감 있게 말하는 스킬을 기대하며 묻는다.

하지만 나의 대답은 이렇다.

"숨 쉬는 법부터 배우셔야죠."

"아니.. 말 잘하는 법을 배우러 왔는데 왜 숨 쉬는 법을 가르쳐줘요?"




스피치의 시작은 '말'이 아니라 '숨'이다.

청중 앞에 서면 누구나 긴장한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말이 아니라 호흡이다.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조이고, 말이 빨라진다.

문장은 끝까지 가지 못한 채 뚝뚝 끊기고, 목소리는 떨리고, 입은 바짝 마른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열심히 말하려 애쓴다.
하지만 말이 흔들릴 때 필요한 건, 한 박자 쉬는 숨이다.

우리는 흔히 '말을 한다'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숨을 내보내는 과정에 소리와 의미가 실리는 것이다.

그래서 호흡이 바뀌면 말이 바뀌고, 숨을 고르면 말도 살아난다.


호흡은 말의 뿌리다.
숨이 얕아지면 말도 얕아지고, 숨이 흐트러지면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


무대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말을 준비하지 않은 게 아니라 숨을 준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긴장하면 가슴으로만 숨을 쉰다.
'흉식호흡'이라고 부르는 이 방식은 얕고 가쁘다.
말을 오래 하기도 어렵고, 긴장하면 금방 가슴이 조여 온다.
그에 반해 '복식호흡'은 깊고 안정적이다.
배로 숨을 쉬면 말이 길어져도 흔들리지 않고, 목소리도 자연스레 단단해진다.

숨이 깊을수록 말의 울림도 깊어진다.


나는 복식호흡을 설명할 때 항상 이렇게 비유한다.
"배 속에 풍선이 하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숨을 들이쉴 때, 그 풍선에 천천히 공기를 불어넣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슴이 아니라 배가 볼록해질 정도로.
그리고 그 풍선을 꾹 눌러서,
내가 원하는 만큼의 소리를 길게, 부드럽게 내보내는 것.
그게 복식호흡이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숨을 쉰다.
잘 때 아이들의 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자라면서 점점 가슴으로 숨을 쉬게 되고, 그 얕은 숨이 우리의 말까지 흔들리게 만든다.
그래서 다시,

아이처럼 배 속의 풍선을 느끼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누운 상태에서 배 위에 얇은 책을 올려두고,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쉰다.
책이 올라가면 제대로 된 복식호흡이다.
그 상태로 3~4초 멈춘 뒤, 입으로 부드럽게 숨을 내쉬며 책이 다시 내려오는 걸 느껴본다.
앉아서 할 때는 배에 손을 얹고 똑같이 반복해도 좋다.
중요한 건, 가슴이 아니라 배가 움직이는 것.
그걸 자각하는 순간부터 호흡은 바뀌기 시작한다.
이 작은 연습이 말의 중심을 바꾸고,
무대 위에서도 내 숨을 놓치지 않게 해 준다.


나는 지금도 무대에 서기 전 꼭 하는 루틴이 있다.
'4초 들이쉬고, 4초 멈추고, 8초 내쉬는'
그 간단한 호흡을 몇 번이고 '의식적으로' 반복한다.


숨을 다스릴 수 있으면 말도 다스릴 수 있다.
숨을 고르면, 나도 고요해진다.
그리고 그 고요함은 청중에게도 전해진다.
가장 안정적인 발표는 가장 안정된 호흡에서 시작된다.


"호흡 연습은 너무 지루해요."
맞다.

귀찮고, 재미도 없고, 하기도 싫은 것.

하지만 모든 기본기는 원래 그렇다.
공들여 다져진 기초는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 위에 세워진 말은 단단하다.


호흡 연습이 어렵다면 일상 속에서 조금씩 스며들게 해 보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10초,
커피 한 모금 마시기 전,
잠들기 전 조용히 눈을 감고 숨을 내쉬는 순간.
그 짧은 호흡이, 당신의 말에 힘을 줄 것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자기 호흡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런 사람은 무대 위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실수해도 금세 회복하며 자기 리듬대로 말을 이어간다.

결국 말은 삶을 닮는다.

숨이 고른 사람의 말은 부드럽고 단단하다.


혹시 발표를 앞두고 떨리는가?

말이 자꾸 꼬이고, 목소리에 힘이 없고, 청중의 시선이 부담스러운가?

그렇다면 잠깐 멈춰 조용히 숨을 쉬어보자.


그 한 번의 숨결이,
당신의 말에 새로운 리듬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스피치 #복식호흡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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