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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팔베개

아들이 내어준 따뜻한 온기

by 커리어포유

지난 주말,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거실 쪽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살짝 잠이 깼다.

일찍 외출한다던 남편이 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방 안은 아직 어두웠고 이불속은 포근했다.

다시 잠을 청해보려던 그때.

안방 문이 조용히 열렸다.


발끝으로 걸어오는 익숙한 작은 기척.

안방 화장실 문이 여닫히는 소리.

그리고 잠시 후,

아들이 아무 말 없이 내 이불속으로 쏙 파고들었다.

어둠 속에서 전해지는 체온이 순식간에 가슴 안쪽을 데웠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팔베개를 해주려는데

아들이 먼저 자기 팔을 내 쪽으로 쭉 내밀었다.

그리고는 반대 손으로 툭툭, 팔베개를 하라는 듯한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서 나도 장난스럽게 아들의 팔 위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런데 요즘 밤마다 운동을 열심히 하더니 그래서일까?

생각보다 팔이 단단했고, 꽤나 듬직했다.

작은 품에 내 머리를 기대고 있다는 사실에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볼을 쓰다듬어 주자 아들은 나를 더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다른 손을 내 등으로 가져오더니 토닥토닥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익숙한 리듬에, 잠들지 않아 칭얼대던 작은 등을 끝도 없이 쓰다듬던 밤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런데 역전된 장면 속에 내가 누워 있었다.

내가 토닥여주던 아이가 이젠 나를 토닥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 전까지 수시로 안방을 들락거리며 안아달라 보채고,

기나긴 굿나잇 인사가 끝나고도 "엄마랑 같이 자고 싶다"던 아이였다.

그런데 요즘은 방문을 닫고 들어가면 아예 나오지 않는 날도 많다.

내가 먼저 잠드는 경우도 있고,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며 이 아이에게도 '자기만의 공간'이 생겼음을 조용히 실감하곤 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드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아주 가끔은 조금 천천히 컸으면 하는 마음이 스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아무 말 없이 내 품 안으로 파고드는 그 순간이 유난히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래, 이 아이는 여전히 엄마 품이 좋은 거였구나.'

그 사실 하나가 괜히 마음을 펴주었다.


조용한 새벽,

온통 고요하고 흐릿한 공기 속에서

아들의 손길만큼은 참 따뜻하고 또렷했다.


아이가 커가는 게 이렇게 느껴지는구나.

멀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모양으로 다가오는 것.

애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조용하고 깊은 온도로 자리를 바꾸는 것.

어느 순간부터 이 아이의 온기가 나를 위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다.

그냥, 그렇게 아이의 팔 위에서 한동안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그날 새벽, 잠깐이었지만 나는 아들의 품에 기대어 편안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이 하루 내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부모 마음 처방전*

1. 성장한 아이의 스킨십은 의존이 아니라 '연결의 방식'입니다.
어릴 적과 표현은 달라졌어도, 마음은 여전히 부모를 향해 있습니다.

2. 아이의 스킨십은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마음입니다.
이유를 묻기보다, 그 순간 전해지는 온기를 그냥 받아주세요.
아이는 “엄마가 받아줬다”는 그 감각을 오래 기억합니다.

3. 부모도 위로받아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내민 손길을 그저 고맙게 받아주세요.
그 다정함을 받아주는 순간, 아이는 '나는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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