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은 꿈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또 다른 증거
학창 시절 배낭여행을 가면 예산은 부족한데 하고 싶은 것은 많았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현지 사정도 모르니 경비를 절약하려면 걸어 다니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걸어서 여행했습니다. 걸어서 도시를 탐험하고, 국경을 넘고,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을 두 발로 걸어서 찾아다녔습니다.
길 위에서는 강인한 체력도 필요하지만 길을 일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무작정 걷다 보면 지금 내가 어디쯤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다리가 움직이는 대로 앞으로만 걸어 나갑니다. 한참을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지금 있는 위치를 확인해서 되돌아가면 되지만, 걸어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힘 빠지는 일입니다.
내가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꿈을 향해 나아갈 때도 기간을 정해놓고, 계획을 세우고, 작은 목표들을 정해 놓습니다. 그리고 꿈을 향해 노력하는 생활에 익숙해지면 관성에 따라 매일 하던 일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됩니다. 한참을 그렇게 관성대로 노력하고 있자니 불현듯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무엇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길을 잃은 것 같은 시기가 찾아옵니다. '혹시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고,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는지도 의문이 듭니다.
걷다가 힘이 빠지면 땅만 보면서 걷게 됩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볼 힘도 없고, 주변 풍경을 즐길 만큼 마음의 여유도 없습니다.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인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풍경과 거리와 시간과 분위기가 사람을 지나쳐 버립니다.
이렇듯 눈 앞에 닥친 목표에 너무 많은 힘을 쏟다 보면 주위를 둘러볼 겨를이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게 되는 순간부터 방향 감각을 잃게 됩니다. 가족, 사랑, 친구, 여유, 즐거움, 행복 같은 것들을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꿈은 너무나 쉽게 흔들리고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방황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기에 불안하고 자신을 의심합니다. 하지만 흔들림은 꿈에 한 걸음 다가갔다는 또 다른 증거입니다. 처음에는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었고, 꿈에 관한 많은 것을 보았고, 자신이 꾸는 꿈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발전이 없다면 알 수 없는 것들입니다. 성장했기에 느낄 수 있는 불안감입니다. 방황은 아주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방황의 끝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한 가지 더 찾게 됩니다. 방황은 내가 이 도전을 계속 해야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