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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꾸신발 Oct 18. 2023

자기 객관화

비정신과 의사의 우울증 투병기

자기 객관화란 자기가 바라는 자신과 남들이 보는 자신 간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줄 아는 능력이다. 자기 객관화는 자존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자존감이 부족한 경우 나 자신에 대해 박하고 평가 절하된 생각을 가지게 되는 반면 자존감이 너무 과할 경우, 특히 조현병 등에서 나타나는 과대망상에 이르는 경우에는 자신의 능력과 위치에 대를 너무 비대하게 평가하게 된다.


나의 자기 객관화 정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부모님에게 고백했을 때 들었던 이야기는 '네가 무엇이 부족해서 우울증에 걸리냐'였다. 의사, 그것도 전문의라는 사회적인 위치, 대출이 있지만 자가가 있고 자동차도 있는 양호한 재산 상태,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나아지고 있는 육아, 나는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양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 객관화의 영역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이룩한 일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고 또 행복을 느껴야 한다. 세상에는 나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고 나보다 편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똑같이 의대를 다닌 친구들 중에서도 더 잘 사는 것 같은 사람들도 있고 아직 힘들어 보이는 친구들도 있다. 나는 아직까지 큰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차근차근 내가 생각했던 삶을 쌓아 올리는 중이다.


자존감의 문제일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존감이 부족하면 내가 가진 것들을 평가 절하하게 된다. 내가 이룩한 일들이 쓸모없게 느껴지고 내 삶은 공허로 가득 찬 것 같다. 자존감을 키운다는 일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처지가 다행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힘듦을 토로하는 글들을 보면서 글을 쓴 사람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위로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반대로 생각하면 소위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을 보면 자존감이 깎여 나가는 경험을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SNS에 보면 행복한 인생으로 가득하다. 스포츠 카를 타고, 외국에 여행을 가고, 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나는 축복받은 인간이야, 이런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SNS를 한동안 끊어 보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정보를 얻으려면 SNS가 필요하기도 해서 다시 앱을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비교 자체의 문제일까. 탈무드에서는 비교가 모든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고 남은 남이고 나는 나다. 내가 남이 될 수도 없는 일이고, 비교한다고 해서 남의 것이 나의 것이 되지도 않는다. 정신적 스승들이 끝없이 외치던 만고 불변의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런 것일까. 하지만 최소한의 기준점 없이 자기 객관화가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오늘부터 안분자족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해 봤자 다음날 또 누군가와 비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아무튼 이 자기 객관화라는 것은 개념은 쉽지만 머릿속에 탑재하기는 어려운 놈이 되시겠다. 아이작 뉴턴이 말한 것처럼 진실은 복잡함이나 혼란 속에 있지 않고, 언제나 단순함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이왕 할 거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비교만 하기. 차를 타고 동쪽으로 가면서 동시에 서쪽으로 가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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