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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인정중독에서 빠져나가야 해

#애프터 치앙마이

by 송송당

팀장과의 불화를 겪고, 회사의 권유?로 대기발령 같은 병가를 쓰는 중이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집 근처도 산책하고 좋아하는 카페에 온 참이다.


거의 무기력하게 있다가 이른 시간에 밖에 나온 게 오랜만이라 기쁘다.


내가 사는 곳은 묘하게 번잡한 지역을 살짝 벗어나 있는데, 급하게 찾은 동네지만 은근히 마음에 든다.


회사는 내 건강을 염려해 병가를 권유했다지만 나는 일을 못해서 금단현상을 겪는 수준으로 고통을 겪는 중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회사 메신저인 슬랙을 들락날락 거린다.


'저 일은 내가 했어야 하는데'

'아 저저저 저렇게 일하면 안 되는데'


일을 다시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분명 업무상 인정중독에 빠져있다. 인정욕구 수준이 아닌, 확실한 중독이다.


지난번에 심리상담을 받으며, 내가 얼마나 부모님의 인정에 목말랐는지 이야기했었다.


안타깝게도 부모님은 일절 내가 원하는 인정을 베풀지 않았다. 그것뿐이었으면 다행이지, 부모님의 행동은 폭력이었다.


나는 겉으로는 인정 같은 건 바라지 않는 것처럼 쿨한 척을 하지만 속으로는 그것을 갈망하는 인간으로 성장해 버렸다.


고통을 곱씹으며, 인정중독이라는 주제의 영상을 쉴 새 없이 찾아보았다.


다들 인정중독이 인생을 망칠 거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나는 타인의 인정을 바라며 타인이 나를 함부로 대할 권리를 손쉽게 넘겼다.


부모님에게, 특히 아빠에게 모진 말과 폭력을 당했으니 타인들도 나를 함부로 대하는 건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아빠에게 인정받고자 기꺼이 공부 잘하는 딸이 되려 노력한 것처럼 회사에서는 일에 목숨 거는 직원이 되었다.


회사에서 나는 하루 15시간을 일하고도 인정을 받기 위해 더 기를 쓰고 비난받으면 괴로워한다.


어제오늘은 의도적으로 인정중독에 대해 생각하며, 생각을 일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로 돌리려 애썼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면 손가락의 엄지와 검지를 살살 문지르며 그 감각에 집중했다.


속으로는 '타인에게 나에 대한 판단권한을 넘기지 말자'를 주문처럼 외우는 중이다.


내 인생이다. 뭐라 해도 내 인생.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지만 나는 걸음마부터 인생을 다시 배우는 기분이다.


얼마든지 다시 배울테니, 그만 불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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