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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타인의 자존감 지킴이는 그만 하련다

#애프터 치앙마이

by 송송당

인사팀에 팀장과의 분리를 요청했다.


일은 일대로 다 하는데 나 때문에 저성과자(그의 표현이다)들이 기가 죽는다며 내 행동의 제약만 요구하는 그를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과연 사실일까? 나 때문에 저성과자들이 피해를 보기에 그가 이 난리를 친 것일까?


팀장이 나의 행동의 제약을 요구하는 까닭은 그의 자존감과도 연결이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종종 내가 그에게 열정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아 그의 동기부여가 떨어진다고 했다. 그보다 일을 더 많이 하기에 아는 게 많아 그에게 끊임없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요구하는데, 그것도 잔소리 같다고 했다.


그는 내가 하지도 않는 '팀 내 업무 배정'을 하고있다며 제발 그 일을 자신에게 맡기라고 했다.


헛소리다.


팀장 자신이 팀을 장악하고 모든 의사결정을 해야하는데 나 때문에 그러질 못하니, 그는 나를 꺾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겨워.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내가 업무를 잘하면 잘 써먹든가, 내 상사들은 자신의 자존감을 위해 나를 깎아내리기 바빴다.


이번에 팀장과의 업무 분리를 요청하며, 원치 않았지만 정신과 진단서까지 제출했다. 최근 약의 용량은 세 배까지 늘었다. 나 때문에 팀이 피해를 본다는 팀장의 끊임없는 가스라이팅에 잠도 못잤다.


나는 이런 일이 지겨워서 이제는 지지 않기로 했다.


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기로 했다.


상대의 자존감은 그만 챙길 참이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의 명대사처럼,


너나 잘하세요.


불안장애 환자의 업무력이 뭔지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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