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치앙마이
권고사직 형식으로 퇴사가 확정된 후 나름의 루틴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애쓰지 않으면 기력 없이 하루 종일 잠만 자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에게 굳이 잘 보일 필요가 없어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타인들이 나에게 아무리 무례해도, 나는 그 무례함만큼 갚아주지 못했다. 어찌할 줄 몰라서 쩔쩔매는 일이 더 잦았다. 조금이나마 할 말을 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야 '아,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 것이 나에게는 독이었구나' 깨닫는 중이다.
곧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버리겠지만, 최근 회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곱씹는 중이다.
인사팀장과 내가 속한 팀의 팀장, 두 명의 팀장들이 사건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그들은 '내가 옳아야만 한다'라는 논리를 성립시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옳고 그름으로 나누기 어려운 일일 수 있으나 그래도 그렇게 따진다면 결국은 내가 맞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맞아야 했기에 나를 공격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두 사람의 공격의 방법은 큰 차이가 났지만 결국은 두 사람 모두 나를 공격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이런 일은 수도 없이 겪었다.
자신이 신과 같은 존재여야 했던 내 아버지와의 일이 그랬고 학교, 회사,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일이 있었다.
대체 이게 뭐라고. 권력인지 자존심인지 정의하기 애매한 이런 상태값을 획득하기 위해 상대는 나를 열심히 짓밟았다.
혹은 내가 그들의 짓밟음을 허락했다. 그들이 나에게 무례할 수 있었던 까닭은 내가 그들이 무례하게 요구하는 것을 따랐기 때문이리라.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이 문장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회에서의 무례함을 견디는 이유일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어린 시절에는 아빠가 아니면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회사에 입사해서는 '나 같은 걸 받아줄 곳은 여기밖에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빠 없이도 생존하고 있고, 그 회사 없이도 돈을 벌고 있다. 결국은 내가 만든 감옥이었다.
매일매일 이걸 곱씹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서 글도 쓰고 있다.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타인에게 나의 권력을 이양하려고 하는 이 행태를 버리지 못하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남이 아니라 나한테 잘 보이자.
당신들에게 공손하지 않은 것에 후회는 없다. 내가 나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 그것만 따지면 나는 진짜 무기징역 감이다.
아이고 송송당님, 스트레스받는다고 그지 같은 술이나 잔뜩 먹고, 하루에 15시간씩 일하고, 주말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싫다는 소리도 제대로 못하고 살아서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이번에는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