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치앙마이
서울 보라매 공원에서 진행되는 '국제정원박람회'를 돌아보다 잠시 쉬는 참이다.
생각보다 잘 꾸며놓았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체의 참여도 받아서 이래저래 볼 게 많다. (진짜 이 정도면 세금을 잘 쓴 사례에 속하지 않나 싶다. 정원도 예쁘고 쉴 공간도 많고 쓰레기 관리도 잘 된다. 서울에 이런 공간이 다 있네 싶다)
정원 박람회라 꽃이 많은데, 예쁜 꽃을 찍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니 나이를 먹었구나 싶다. 나이 들면 꽃이 좋아진다는데...
정원박람회 온 게 뭔 큰 일인가 싶겠지만 내가 이 행사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건 큰 일이다.
불안장애 판정 초기에는 이렇게 밖에 나오지도 못했고 회사에 다닐 시절에는 계절의 흐름도 모르고 살았다.
치앙마이에 있을 때 공황발작이 와서 음주를 중단한 것처럼, 불안장애와 퇴사도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괴롭고, 불안했지만 언젠가는 터졌을 일이다. 지난 몇 년은 누군가의 눈에는 완전한 시간낭비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치료의 시간이었다. 물론 치료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나도 몰랐다.
한참을 울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던 시기를 지나, 오늘은 이런 정원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미래를 생각했다. (물론 상상만, 나는 식물 킬러다)
치앙마이에도 멋진 정원은 많았는데 날씨가 너무 덥고 습했단 말이지.
한국의 날씨가 나에게는 더 잘 맞는다.
이래저래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는 나 자신에게 잘하고 있다는 말을 한다.
이제 잠만 좀 더 잘 자면 되겠어. 힘내라고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