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치앙마이
두 달 전에 시작한 크로스핏은 잘 하고 있다.
3주 전부터는 새벽 6시 반으로 운동 시간을 옮겼는데, 운동이 더 잘 되는 중이다.
공복 상태에서 몸이 더 가벼워서 운동이 잘 되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당최 평생 아침에 못 일어나던 내가 새벽 5시 반 기상을 하고 있는 이유는 이해를 못 하겠다. 그래도 덕분에 새벽 운동의 상쾌함을 드디어 경험하는 중이다.
나는 전통적으로(?) 상체 운동을 잘 못 한다. 특히 크로스핏에서는 풀업(철봉 운동)을 많이 하는데 5년 전 즈음 크로스핏을 할 때도 맨몸 풀업은 하나 밖에 못 했다. 5년이 지나 건강의 모든 지표가 바닥을 찍은 상태에서 다시 크로스핏을 시작했으니 풀업은 더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주 두꺼운 밴드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겨우 풀업 운동을 하는 중이다. 철봉에 밴드를 묶고 밴드에 다리를 낀 상태로 풀업 운동을 하면 맨몸으로 하는 것 대비 운동이 쉬워진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내가 쓰는 밴드를 끼고 운동하면 날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드디어 가장 두꺼운 밴드를 졸업하고 두 단계 낮은 밴드를 두 개 쓰는 것으로 아주 약간의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아마 가장 두꺼운 밴드를 쓰는 것과 아주 큰 차이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제일 두꺼운 밴드를 졸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뻐서 밴드의 사진을 찍어두었다.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혼자서 벅찬 감정을 느꼈다.
다 죽어가던 내가 조금씩 살아나는 중이다.
회사 다니던 시절에는 주말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하루 종일 잠만 자던 나다.
누군가에게 내 몸을 자랑할 요량으로 운동하는 것이 아닌데, 그러니 운동의 기쁨은 더욱 더 배가 된다.
나에게 잘 보이려고 운동을 한다.
나는 나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내가 있어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