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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색가방 Aug 27. 2020

매력적인 소재와 신선한 이야기

- 신인 시나리오 작가 집필 일기, 여섯 번째 질문 -

“대중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은 상업 장편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내게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나무들도 바람에 흔들린다. 당연하게도.


지난 1년간의 오리지널 각본 기획 아이템들이 다 선택되지 못했을 때, 스스로 생각했다. 내 취향은 대중적이지 않은가 하고 말이다. 그렇다기엔 내 인생 영화는 해리포터다.

우울한 날이었다. 지금은 이유마저 잊어버린 그날, 마법사의 돌을 1700원 주고 결제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소설부터 영화까지 빼놓지 않고 즐겨온, 내가 제일 많이 본 영화다. 1편인 마법사의 돌은 100번을 넘게 봤을 정도다. 배우가 대사를 치면 다음 대사를 읊을 수 있는 정도랄까? 시나리오를 쓴다는 말을 하면 종종 인생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굉장히 생소하면서도 구성이 좋고, 매력적인 소재를 가진 영화를 추천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계속 고민하다가 내뱉는 건 ‘해리포터’다. 그렇게 내뱉고는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서 좋았던 영화를 덧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소공녀>, <리틀 포레스트> 등을 이야기하는데, 최근에 본 영화 중 제일 좋았던 것은 <조조 래빗>이다.)

영화 <조조 래빗> 마지막에 인용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그렇지만 수많은 사람의 인생 영화가 내게는 감흥이 없었던 경우가 종종 있었던 걸 보면, 또 내 취향이 대중적이지 않은 건가 하고 생각해본다. 대체 대중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당장 시나리오가 탈고된다고 해도, 투자, 제작, 배급, 개봉 등의 수많은 단계를 지나려면 최소 3년은 걸릴 텐데... 어떤 이야기가 사랑받는지 미래의 내가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지금도 미래의 나는 아직 날 찾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아직도 헤매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보류된, 선택되지 못한 내 이야기들은 내 머릿속에서는 꽤나 재밌는 소재에 매력적인 장면들이었는데 언제쯤 그 이야기들을 꺼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지난 1년을 오리지널 각본 기획을 하느라 보냈고, 마침내 완성되었던 초고는 좋은 평가로 돌아오진 않았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다시 그 순간을 떠올리니 마음 한 편이 쓰리다. 아픈 상처를 다시금 만지고 있는 기분이다. 그래도 딱지는 졌다.     




요즘엔 좋은 원작 발굴에 시간을 쓰고 있다. 다시 말하면, 소설과 웹툰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즐기고 있다 보면 현실 자각 타임이 온다. 이렇게 놀고 있어도 되나 싶은 그런 마음 탓이다. 일종의 시나리오 공부를 하며 신간을 살펴보고, 웹툰들, 그리고 좋아하던 공연들까지. 아직은 영화화나 영상화가 구체화되지 않은, 보석 같은 원작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혹시 영화화가 되었으면 하는 보석 같은 원작이 있으신가요?

추천해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보겠습니다.)     


수많은 원작을 살펴보고 있으면, 현실적으로 영화화가 가능한 작품들, 또 영상화에 적합한 작품들로 나뉜다. 어떤 소설이나 웹툰, 또 다른 미디어의 원작들은 모두 그 원작이 사랑받았던 이유가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 플랫폼이 적합했기 때문이다. 사랑받았던 원작이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성공하지 못했던 예시들을 떠올려보면, 원작이 원작일 때,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 정말 재밌고, 신선하고, 좋아하는 이야기라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영화화나 영상화가 생각조차 되지 않는 그런 작품들 말이다. 또 이건 진짜 영화화해야 하다는 작품은 이미 판권이 팔린 이후다. 그런 원작의 영화화 기사를 보면 입이 쓰다.


그렇게 사랑받는 원작들을 보며 다시금 떠올린다. 대중이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고, PD님도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일까? (이 문장을 적으면서 느낀 점은 꽤나 어려운 조건인 것 같다. ㅎㅎ)

.

.

.

그리고 난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작가라는 직업은 정말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취업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 물론 정해진 나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모두 가진 속도도 다르겠지만, 대학을 졸업한 올해는 유독 미래를 정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한 시기인 것 같다. 아무래도 지난 1년 동안의 기획이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해본다.


직업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아니 작가를 하면서 다른 일을 하더라도 계속 콘텐츠 쪽에 있으며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을 것 같고, 그러고 싶기에 ‘대중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은 내 평생의 고민일 것이다.


해결책은 미래의 내가 와서 내게 알려주는 것뿐일까?

아직도 모르기에 오늘도 찾고, 읽으며, 또 새로운 기획안을 쓴다.


++

원래 매주 1회 꼭 이 매거진에 글을 남기려 노력했는데, 그저 바쁘다는 이유로 미루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영화 <줄리&줄리아>를 보고 다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꼭 제가 이 매거진을 기획할 때, 담고자 했던 내용들을 다 담을 때까지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벽이 지나 다음 날이 되었네요 ㅎㅎ)


++

영화 <조조 래빗>에 인용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중 일부

Let everything happen to you. Beauty and terror. Just keep going. No feeling is final.

아름다움도 두려움도 모두 일어나게 두어라. 그냥 두어라. 어떤 감정도 끝이 아니다.



오늘의 질문     

Q. 여러분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A. 우선 저의 답) ‘해리포터 시리즈’입니다. 그 이유를 물으신다면,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이기 때문이에요. 그 마법 같은 세계를 처음 마주해서 다음 편을 기다리고, 설렜던 그 어린 날의 저를 마주할 수 있고, 언제든 그 영화의 OST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한순간의 저를 마구 요동치게 만드는 마법 세계라 좋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제 브런치 북의 해리포터 에피소드를 읽어주시면 좋습니다:D

https://brunch.co.kr/@pinkbackpack/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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