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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그리고 인생 디자인

= 나라는 생명체를 위한 환경 디자인

by 라파

안녕? "오늘은 하루 그리고 인생 디자인"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해.


혹시 이런 적 있어?

"계획은 세웠지만 지키는 게 쉽지 않네... 3일 넘기는 게 쉽지 않아"

"한 달 전에 목표를 세웠는데 지금은 그 목표랑 반대되는 행동만 하고 있어..."

그럴 수밖에 없어. 삶의 모습은 마음먹는다고 쉽게 바뀌진 않지. 습관의 회전 관성은 강하잖아.


디자인에 대해서 짧게

디자인은 어떤 결과물의 안(案)을 만들고, 선택된 안을 구현하기 위한 설계를 하고. 마지막으로 설계대로 잘되었는지 테스트하고 수정하는 활동이야. 이걸 인생에다 적용해자는 거지.


나는 이렇게 생각해.

하루를 디자인하고 인생을 디자인하는 것은 '목표'를 정하고 '할 일'을 만들고 '의지력'을 소모하는 규칙의 틀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삶이 흐를 수 있도록 환경을 디자인하는 거에 가까워. 성장형 생명체인 '나'를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Product를 디자인하는 거지. 너를 Product라고 생각하고 너의 행동을 바꾸려고 애쓰지 말고, 한 단계 메타화 해서 너라는 주인공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거야.


TO-DO 리스트로는 안 되는 이유

우리는 보통 계획을 짤 때 "영어회화 공부 1시간"과 같은 활동형 계획과 "훌륭한 개발자 되기"와 같은 결과형 계획을 다이어리나 To-Do앱에 목록으로 만들지? 그런데 해봐서 알겠지만 이렇게 목록으로 만든다고 나의 하루, 나의 인생이 변하지 않아. 잘 안돼. To-Do리스트는 결국 나한테 명령하는 거잖아? 하고 싶다가도 누가 시키면 하기 싫은데. 그 시키는 사람이 본인이라도 마찬가지야.


원하는 '나'의 모습. 디자인된 '나'의 시안 그리기

TO-DO의 계획을 성공시킨 사람을 상상해 봐. 중간 엔딩, 최종 엔딩 어떤 것이든 좋아.

영화회화 공부 1시간을 매일 하는 사람은 그걸 언제 할까? 아침에 할까? 점심 먹고 할까? 퇴근 후에 할까? 집에서 할까? 학원에서 할까? 아니면 회사에서? 회사 근처에서? 회화 공부를 한 사람의 모습은 어떨까? 서울역에서 호텔 위치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는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는 모습일까? 영어를 쓰는 나라에 여행을 가서 여행에 필요한 정도의 회화가 가능한 모습일까? 아니면 국제 콘퍼런스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멋지게 발표하는 모습? 여러 가지 모습을 상상해 보고 마음에 드는 안을 선택해. 나의 미래 모습. 그 상상 속의 네가 있는 '시간', '공간', 그리고 '모습'을 상상해 봐.


디자인된 인생의 '나' 모습이 되기 위한 프로세스 그리기

이상적인 또는 변화된 나의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이 있어야 할까? 예를 들어 훌륭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개발 지식과 실무 경험이 많아야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야 할 거야. 한 번에 전설적인 개발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3년 뒤의 모습, 5년 뒤 모습, 7년 뒤 모습이 있을 거야. 만약 단기간에 최종 모습이 되길 바란다면, 비범한 투자가 필요할 거라 생각해. 얼마나 비범한 일을 할지도 생각해 봐. 최종모습만이 아니라 그 길을 가는 과정도 인생의 부분이야. 원하는 길을 골라봐. 그리고 그 길의 교차로에서 어떤 모습일지 그려봐. 예를 들어 직장에 출근하면서 직장 동료들을 보면서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 저녁식사 후에 눈썹에 힘을 빼고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며 설거지하는 모습. 학교 간다고 인사하는 찰나에 아들에게 "오늘 멋진 하루 만들어봐!"라고 응원하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말이야.


오늘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그리기

시간을 계속 거꾸로 돌려보면서 어떤 경험을 거칠지 생각해 봐. 네가 바라는 모습을 한 미래의 나는 오늘 무얼 하고 있을까?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면, 나중에 내가 생각한 프로세스와 최종 시안의 모습이 될 수 있을까?

3년 뒤에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나는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낼까? 스마트폰에는 영어공부 앱이 깔려 있고, 유튜브에는 영어교육 관련 콘텐츠가 알고리즘으로 추천되고 있고, 출퇴근시간에는 단어와 표현 숙어를 외우고, 시간이 생기면 회화 학원이나 외국인 친구를 만나서 영어가 유창해지는 활동을 하고 있을 거야. 어쩌면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이나 호주처럼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지금 나의 모습을 최종 모습을 향하고 있다면 디자인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겠지?


오늘 한번 적어봐. 살아봐. 그리고 수정해.

너의 인생의 여러 가지 버전을 생각해 보고 하나를 골라서 시간을 거꾸로 감아가면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적어봐. 그리고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낼지, 지금 어떤 것을 하고 있으면 좋을지 적어봐. 그리고 적어놓은 대로 한번 해봐. 오늘 내가 생각한 공간과 시간 속에 나의 모습을 만들어봐. 어땠어? 생각대로 흘러갔어? 잘 흘러갔다면 축하해! 만약 잘 안되거나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면, 수정해 봐. 어쩌면 너의 능력을 너무 믿었거나 너의 주변 환경이 네가 원하는 하루를 보내는데 크게 방해가 돼서 잘 안되었을 수도 있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네가 하려고 했던 일이 너무 쉬워서 싱겁게 끝나 버렸을지도 몰라.


수정. 수정. 수정

일필휘지(一筆揮之), One Take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수정에 수정을 거쳐 완성돼. 수정하는 방식을 몇 가지 공유할게. 너도 너만의 방법을 찾아보길 바라.


1. 단순화하기

내 직장 선배 중에 포항공대 나온 박사님이 있어. 이 분은 어렸을 적에 집에 장난감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할 게 수학 공부밖에 없었고 그나마 제일 재밌는 게 그거였다고 해. 어떤 공간에 네가 반드시 해야 하는 연습이나 일과 관련된 것만 남기고 다 치워 버리면 할게 그거밖에 없어서 그거라도 하게 되는 거지. 우리가 헬스장에 운동하러 가기까지는 힘들지만, 막상 가면 아무렇지 않게 운동을 하는 이유도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해. 헬스장에서는 운동 말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깐 말이야. 네가 원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바꾸거나 그 행동을 하게 하는 공간으로 이동해. 공간이 너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만들 거야. 너를 그 공간에 두고, 그 공간에 방해되는 것들을 제거


2. 올 어바웃 디테일

디자인은 디테일이 생명이야. 사소한 것이 전체를 망치기도 하고 사소한 것이 전체를 살리기도 해. 네가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환경과 일정을 만들 때 사소한 방해물이 있더라도 제거해 봐.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적어둘 노트앱을 설치하고, 내 시간을 잡아먹는 게임앱은 지우는 거야. 그리고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기쁨을 주는 요소를 잘 배치해 봐. 네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거야.


3. 목표도 수정가능

너의 인생은 네 거야. 그러니 변화를 위한 움직임 속에서 최종 목표가 네가 원하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해.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목표를 바꿔도 돼. 애초에 그 목표는 네가 정한 거잖아. 네가 주인이고 네가 아트디렉터야. 네가 바꾼다고 뭐라 할 사람 암도 없어. 목표를 낮춰도 되고 옆으로 틀어도 되고 아예 거꾸로 갈 수도 있어. 그 어떤 목표든 그게 정답이라는 법도 가는 길이 여정이 즐거워야 살맛이 나지 않겠어? 목적지가 마음에 안 든다면 바꿔.


마지막으로, 너는 네 인생의 디자이너야.

결국 오늘 하루를 디자인하는 것도,

인생을 디자인하는 것도 "내가 만든 디자인에 내 삶을 맡겨보는 용기"에서 시작해.

디자인이 완벽할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실행해 보고, 느껴보고, 조정하는 거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하루도, 다음 주말의 그 순간도, 3년 후 어느 날의 그 웃음도 — 모두 내가 설계하고, 내가 꾸며갈 수 있는 나만의 장면이야.


한 장면, 한 장면, 카메라 감독처럼 디테일을 조율하고 연출해 보자.

혹시 오늘도 계획한 대로 안 됐다면? 괜찮아. 다음 장면을 위한 빌드업이었던 거니깐.

디자인은 계속되니깐. 그리고 그 디자인의 주인은 너니깐 잘 디자인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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