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데이터를 바라보는 태도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
피터 드러커의 이 말은, 우리에게 데이터의 중요성을 간결하게 일깨운다. 수치로든, 기록된 텍스트로든, 혹은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이든 간에, 우리는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바꾸기 위해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악기를 연습할 때도 마찬가지다. 속주를 하고 싶다면, 먼저 내가 안정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BPM을 아는 것이 시작이다. 그 수치를 기준 삼아 조금씩 올려야 ‘빠르게’가 아니라 ‘정확하게 빠르게’가 된다.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지피지기 백전불태" 역시, 아는 것(정보)이 곧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는 의미다.
요즘 우리가 마주하는 데이터는 수치만이 아니다. 텍스트, 목소리, 표정, 영상, 행동의 패턴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쏟아진다. 이른바 '멀티모달 데이터'의 시대다. 숫자보다 말에서, 표정에서, 분위기에서 더 중요한 단서가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비정형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읽고, 깨달음을 얻는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다. 똑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누군가는 무시하고, 누군가는 깨달음을 얻어 인생의 변곡점을 만든다. 데이터는 널려있다. 이제 AI로 생성한 데이터도 나온다. 문제는 데이터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데이터를 통해 깨달음에 닿기 위한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대해 이렇게 정리해 본다:
✅ What — 중요한 데이터는 아직 측정되지 않았다
고려하지 않았다면 느낄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가 수집하고 있는 데이터에 빠진 것이 있는지 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에서 핵심적인 데이터는 무엇인가? 진짜 중요한 정보는 아직까지 수집한 적이 없는 데이터인 경우도 많다. 또한 데이터가 '분위기'나 '느낌'인 경우도 있다. 팀 내의 묘한 기류, 회의에서의 침묵, 어떤 선택 앞에서의 망설임 같은 것들. 이들은 아직 측정되지 않았지만, 그 어떤 KPI보다도 깊은 인사이트를 품고 있다.
✅ Where — DB보다 사람, 엑셀보다 현장
진짜 데이터는 사람 곁에 있다. 파일보다 대화에서, 보고서보다 현장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그 파일 말고 그 사람한테 물어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표정, 말투, 타이밍 같은 비정형적 단서들. DB쿼리를 돌려보는 것도 좋지만 사람을 만나보고 현장을 살펴보는 것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사람과 현장을 아는 상태에서 수치를 보면 머릿속에서 데이터가 결합되면서 해석이 된다. 나름의 가설이 생기고 그 가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방법이 떠오른다.
✅ How — 기록하고, 해석하고, 반복하라
기록의 습관화: 느낌이 들었을 때 바로 적는다. 지나가면 흐려진다. 메모, 로그, 회고, 다 좋다.
팀과의 대화 속에서 데이터화: 수치만 말고 “요즘 팀 분위기 어때요?” 같은 질문이 더 필요하다.
정성적 데이터를 '데이터'로 인정하기: 숫자가 아니어도, 중요한 정보는 많다. 감정도, 망설임도 기록하자.
해석을 혼자 하지 않기: 깨달음은 나 혼자보단, 함께 해석할 때 더 명확해진다. 팀 회고, 피드백 문화가 중요한 이유다.
데이터와 거리를 둘 줄 아는 용기: 완벽한 데이터는 없다. ‘지금 이 데이터는 불완전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실력이다.
우리는 데이터 속에서 깨달음을 찾는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이려는 우리의 태도에서 나온다. 측정이 깨달음을 돕고, 깨달음은 다시 방향을 세워준다. 그러나 그 시작은 늘 '마음의 자세'다. 그러니 기억하자. 중요한 데이터가 측정되었나? 현장에 가고 사람을 만나자. 데이터를 기록하고 해석하고 공유하며 문제 해결에 다가서자. 깨달음을 향해가는 태도가 데이터의 홍수 속에 표류 중인 당신에게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