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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과 땡땡이

반복과 변화

by 라파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먹던 거 먹고 하던 일 하고 가던 길 간다.

별생각 없이 반복하다 문득 이거 아닌가 싶어서 뒤돌아보면

일정하게 찍힌 발자국.

참 멀리도 왔다. 다시 가던 길을 쳐다본다.


이 끝에 무엇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대략 알 듯하다.

지형과 장애물, 마지막 풍경도 알 것 같다.

재미와 행복, 멋짐이라는 빛나는 보상을 생각하며 걷기에는

너무나 먼 길이고 오랜 시간 추구 할수록 퇴색되어 간다.


익숙한 관성 속에서 의식이 돌아온다.

손과 발이 자동으로 움직이니 고개도 들어지고 시선도 앞을 향하게 된다.

비로소 주변이 보인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 있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길을 가고 있다.


그 사람들은 달라 보이고 즐거워 보인다.

가던 길을 계속 가지 않고 옆길로 새는 경우

본인의 선택인 경우도 있고 타인이 와서 부딪혀 이탈한 경우도 있다.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를 잠시 피했는데 원래 가던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사연이 어찌 되었든 새로운 길에 들어선 사람들은 곧 깨닫는다.

새로운 길은 새로운 풍경에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먹거리와 새로운 고통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새로움은 밖에서 구경할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움이라는 것

새로움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온몸과 마음이 새로운 색으로 염색이 되었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없다.

혹시라도 돌아가는 길이 저 멀리 보인다 하더라도

너무 멀리 와버려서 다시 돌아가기엔 버스를 타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버스는 오지 않는다.


혹시 좋은 방법이 있을지

이 길에 앞서가는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긴 이야기를 듣는 동안 확실해지는 것

그들도 과정과 끝을 알지 못하며

어떤 길도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라는 것


우주와 같은 크기의 힘과 사랑을 가진

엄마 아빠가 건강과 행복과 성공과 명예를 주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우주급이다 보니

모든 이가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하는 것이

게임의 구조이자 경기 규칙이다.


불공평하다고 불평하려다

관세음보살이 들을까 입을 닫는다.

세상을 바꾸려고 애를 쓸수록

몸과 마음에 나는 상처

이제 아프지도 않다.


표현을 달라도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는

동년배 친구들의 얼굴

아직은 모르는 아이들의 얼굴

내가 느끼는 기분을 다 느끼고

그다음 기분을 느끼고 있는 어르신들의 얼굴들을

한 번씩 바라본다.


이제 땡땡이 그만치고 다시 루틴으로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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