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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공부를 시작하다

다시, 스몰 스텝 - 박요철의 이야기 (1)

브랜드 전문지에서 7년을 일했다. 이후 독립해서 홀로 7년을 일했다. 크고 작은 브랜드를 만나 네이밍, 카피라이트, 스토리텔링, IR 자료, 단행본, 브랜드 북 제작, 브랜드 교육 등 다양한 일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금 브랜드 지식에 관한 목마름이 찾아왔다. 내가 현장에서 전하는 지식들이 '진짜'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다시금 브랜드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국내외의 브랜드 마케팅에 관련된 책 12권을 골랐다. 그런데도 한 줌 아쉬움이 남았다. 혼자 공부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문득 '스몰 스텝'으로 공부를 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 설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혼자가 아닌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코로나 때문에 익숙해진 '줌zoom'을 떠올렸다. 격주로 함께 브랜드 공부를 할 사람을 찾기 위해 구글 폼을 작성했다. 제가 처음 기대한 숫자는 10명 남짓이었다. 그런데 무려 100여 명의 사람이 이 어려운? 공부를 함께 하겠다고 신청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세바시'의 구범준 대표가 줌 방송을 위한 장소와 장비, 인력을 제공하겠다고 나서준 것이다.


스몰 스텝으로 시작한 일이 스노우볼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부담도 컸지만 기대도 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첫 번째 수업을 마쳤다. 형언할 수 없는 보람과 만족감이 집으로 돌아가는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2주 간격의 브랜드 수업이 시작되었다. 세바시와 함께 이 수업의 이름을 '브사세, 브랜드로 배우는 사람과 세상'이라 이름지었다. 그렇다. 나는 이 수업으로 단순히 비즈니스를 넘어선 사람과 세상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브사세는 격주 화요일 저녁 8시에 시작된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서면 그 다음 수업일이 다가왔다. 홍성태 교수님이 쓰신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드다'를 시작으로, 최장순 대표의 '본질의 발견, 잭 트라우트의 '포지셔닝'을 함께 공부했다. 물론 이론에 매몰되진 않았다. 책에 나오는 오래된 외국의 사례는 건너뛰기도 했다. 아울러 최근에 내가 직접 만난 현업의 사례들을 책 내용에 맞춰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가 있었다. 이 수업이 무조건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브랜드란 아주 전문적인 영역이다. 그래서 작은 브랜드들은 지례 겁을 먹고 접근조차 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야말로 오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의 B자도 모르는 아주 작은 가계와 카페 사장님도 이미 '브랜딩'을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수업이 '브랜딩의 대중화'를 위한 아주 작은 스몰 스텝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석 달에 걸쳐 12번의 수업을 마쳤다. 계획한 1년 24강 중 12강을 마무리한 셈이다. 그동안 수강생은 600명 이상으로 늘었다. 그동안 이 수업은 내 삶의 가장 중요한 행사이자 일정이 되었다. 수업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온 신경을 수업 준비 마무리에 쏟아붓는다. 세바시가 있는 CBS 기독교 방송국 인근 스타벅스에 서너 시간 전에는 반드시 도착한다. 물론 수강생들까지 저처럼 열심을 내는 것은 아니다. 평일 저녁 무료 수업이다보니 실제 참석자는 많게는 7,80명 적게는 3,40명 정도가 모인다. 그러나 이 한 시간의 수업은 언제나 뜨거웠다.


이제는 자신의 브랜딩 사례를 공개하고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이 수업의 줌 방송을 도와주는 세바시 PD들도 어느새 이 수업의 팬이 되어 주었다. 그저 혼자 브랜드 공부하는 것이 아쉬워서 시작한 아주 작은 첫 발걸음이었다. 그런데 어느 새 수백 명의 관심을 받는 화요일 저녁의 유쾌한 브랜드 수업이 되었다.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스몰 스텝이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이 수업이 또 다른 기회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줌 수업을 넘어 실제로 작은 브랜드들을 만날 기회로 다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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