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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삶이라는 닻을 내리다

다시, 스몰 스텝 - 문수정의 이야기 (5)

나는 어릴 때부터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런 칭찬으로 인해 나의 욕구가 채워진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내가 내린 모든 선택과 결정, 행동의 원인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관리자가 되면서, 무엇보다 스몰 스텝을 만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거나 선한 영향력을 끼칠 때 만족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그런 가치를 갈망하고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작은 기업의 대표가 되고, 직원들을 어쩔 수 없이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가치관은 충돌과 갈등을 만들어낼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다움이라는 닻은 차마 바꿀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방향을 바꾸기 보다 속도를 늦추는 쪽을 택했다. 그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바라보는 시선과 자세였다.


성경에는 ‘생육하고 번성하라. 땅에 충만하라’는 말씀이 나온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나다운 가치이자 모토라고 생각했다. 나와 직원들, 그리고 회사를 날로 번영하고 번성하고 성장해갈 수 있또록 하는 것, 그런 확장의 욕망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 나다운 길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발견한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나만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내게는 그것이 바로 스몰 스텝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나 자신이 조금씩 조금씩 온전해짐을 느낀다. 지금은 생전 처음 해보는 운동을 다양하게 즐기기 시작했다. 올해 안에 30점의 그림을 그리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책을 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제 더 이상 직원들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용서는 한 마디로 마음가짐이다. 집착을 버리고 저항하지 않는 것이다.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다. 항상 모든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내 운이 다른 사람을 통해 들어온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모든 이는 대자연이고 또한 우주이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타인을 존중하고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나다움을 지키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이라고 확신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작은 틈이 배를 침몰시킨다고, 그러나 나는 말한다. 삶이란 그렇게 작은 일탈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뿌린대로 거둔다고. 그러나 나는 말한다. 세상 모든 일에 그런 인과관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고 말이다. 참으면 복이 온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하기 싫은 걸 했을 때 우리는 화병이 나고 만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고 말한다. 아무리 돌다리를 두드려도 인생은 어차피 우연의 연속이더라.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목적없는 열심은 미덕이 아니다. 그저 공허한 삽질일 뿐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 동안의 세계에서 빠져 나오길 바란다. 매트릭스를 빠져나온 네오처럼. 그리고 세상의 오래된 범주에서 벗어나 당신만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갈 것을 권한다. 내가 스몰 스텝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고, 마침내 나다운 삶의 방식을 찾아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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