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엽의 스몰 스텝 이야기 (1)
어느 날, 세바시 유튜브를 보다가 스몰스텝의 저자를 만났다. 마침 퇴근길에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를 돌려보던 중이었다. 한 중년 남성이 직장생활에 관한 자신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었다. 아마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직장생활의 가스라이팅에 관련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연히 스몰스텝을 알았다.
그때부터였다. 매일 습관적으로 타던 버스에 오르지 않고 걸어서 퇴근하기 시작했다. 영상 속 그분처럼 영어단어를 외우고, 엑셀 단축키를 외우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팟캐스트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스몰스텝은 나도 이미 하고 있었다. 이런 소소한 습관들로 자기 자신을 찾았다고, 작은 행복을 느꼈노라 말하는 그 뿌듯한 얼굴이 보기 좋았다.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강연이 내 마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대목에선가는 왠지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게다가 강연중 보여주는 자료화면 속 퇴근길, 탄천이나 602번 마을 버스 등은 내가 살던 곳의 익숙한 풍경이 아닌가. 아, 이분도 우리 동네 근처에 사시는 구나. 나는 점점 친근감을 느꼈다. 며칠 후 책을 주문해 읽고는 책 속 그분의 스몰스텝을 따라하기도 하고, 나는 어떤 일들을 좋아할까 적어보고 실천하는, 나의 스몰스텝 여정이 시작됐다.
자기계발서를 읽거나 좋아보이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듣고 난 후 뭔가를 실천하는 일들은 원래부터 자주 해오던 일들이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어딘가 지치고 소진되는 느낌이 들 때, 나를 바꾸기 위해 무언가를 실천하고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곤 했다.
스몰스텝은 그런 이전의 경험보다 더 친숙하고 하기가 쉬웠다. 이미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일들은 버리고, 더 좋아하는 일들을 내 하루속에 배치하고.... 스몰스텝이 새로운 걸 찾는다기 보다는 이미 내 안에 있던 걸 발견하고 끄집어 내고 정의 내리는 일이어서가 아닌가 싶다. 짜투리 시간에 하는 작은 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주기를 붙여 매일 하면서 아,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하며 즐거움과 나 자신에 대한 애착이 늘어가는 걸 느꼈다.
사실 대한민국의 평균의 삶을 사는 사람으로서 나는 평균에 집착하느라 삶의 많은 시간들을 낭비했는지도 모르겠다. 채사장의 '시민의 교양'에서는 말한다. 우리는 12년의 교육기간을 거치면서 절대진리가 존재한다는 전제와 경쟁이라는 시스템을 배우고 있다고. 그렇게 교육제도로 체화된 두 가지 사실은 우리에게 깊게 세뇌되어 일생동안 영향을 미친다고 말이다.
50이 가까운 나이가 되면서 나는 살짝, 그 삶이 버거워지고 내 안에 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쉴 새없이 밀려드는 남들의 평가는 어느새 내 목소리가 되어 나를 자책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목소리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거기에 완전히 마침표를 찍을 수는 없겠지만, 온전한 쉼표가 생긴 느낌이다.
그분의 뿌듯해하는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잠깐이지만 왜 그 순간 내가 그 지점에서 울컥했는지 이해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인정해주고 때로는 멈춰서 나를 다독이고 싶었나보다. 난, 나만의 작은 시간과 온전한 공간이 필요하구나, 그리고 내가 그걸 확보해야만 하는 시점임을 알게되었다.